탄소중립 실천하면서 돈도 벌자

2022. 7. 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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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영수증·리필스테이션 이용 등..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7만원 지급
지난 6월 23일, 통장에 ‘실천포인트제’라는 이름으로 7만원이 들어왔다. 월급날을 며칠 앞두고 바닥을 향하던 통장 잔고가 단비를 맞았다. 처음엔 어디서 준 돈인지 몰랐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달 전 가입해놓고 잊고 지낸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였다. 올해 1월 시행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국민이 일상에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탄소중립을 향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정애 전 환경부장관이 4월 22일 이마트 자양점을 방문해 리필스테이션에서 리필제품을 구매하고 전자영수증을 발행받는 등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에 참여하면서 제도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일정한 친환경 활동을 할 때마다 책정된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마트에서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받으면 1회당 100원을 지급받고, 세제나 샴푸, 화장품을 살 때 빈 통을 가져가서 채우는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할 때 1회당 2000원을 받는다.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로 주문을 할 때(1회당 1000원), 차량 공유 업체에서 무공해차를 대여할 때(1회당 5000원), 그린카드(저탄소 친환경 생활 실천에 따른 경제적 인센티브가 포함된 신용카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때(1회당 1000원)에도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현금 혹은 민간 카드사의 포인트로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연간 받을 수 있는 최대치가 7만원이다. 기자의 경우 포인트 대부분이 전기차 대여에서 나왔다. 동네에 알맹상점(리필스테이션)이나 다회용기로 주문을 받는 음식점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정부 3가지, 서울시 2가지 탄소포인트제 운영 탄소중립실천포인트가 개인의 친환경 활동에 보상을 준다면, 에너지 소비 감소에 초점을 맞춘 제도도 있다. ‘탄소포인트제’와 ‘자동차탄소포인트 제도’다. 2010년부터 시행된 탄소포인트제는 가정·상업 등의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등의 사용량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률에 따라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온실가스 감축 실천 프로그램이다. 가정 내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과거 1~2년 평균사용량 대비 10% 이상 줄일 경우 연간 최대 5만 포인트를 현금·상품권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자동차탄소포인트제는 승용·승합차(12인승 이하)를 소유한 운전자가 주행거리를 줄일 경우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로 2020년 도입됐다. 차량 등록 후 누적 주행거리의 하루평균 주행거리와 참여 기간 동안 하루평균 주행거리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연간 2만원(10% 미만 혹은 1000㎞ 미만 줄일 경우)부터 시작해 최대 10만원(40% 이상 혹은 4000㎞ 이상)까지 받을 수 있다. 매년 2~3월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12월 감축 실적을 산정해 지급한다.

서울시민은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만 가입할 수 있고, 탄소포인트제와 자동차탄소포인트제에는 가입할 수 없다. 대신 서울시는 탄소포인트제에 해당하는 ‘에코마일리지’, 자동차탄소포인트제에 해당하는 ‘승용차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한다. 두 제도를 서울시가 환경부보다 약간 앞서 도입하면서 생긴 일이다. 제도 운영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전기, 수도, 가스를 개별적으로 측정해 포인트를 주는 탄소포인트제와 달리, 서울시 에코마일리지는 전기를 필수로 포함하고 최소 2개 이상을 합산해 평가해 절감률이 10% 이상일 때부터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에코마일리지는 연 2회 평가라 1년에 최고 10만마일리지까지 받을수 있다. 유효기간은 5년이다. 재원 조달 방식도 달라서 서울시 에코마일리제, 승용차 마일리지제는 서울시 예산과 국비 예산이 9:1로 매칭되는 사업으로, 국비와 지자체 예산이 절반씩 매칭되는 탄소포인트제와 국고보조금 예산규모에 차이가 있다.

승용차마일리지는 친환경 차를 제외한 정부의 자동차탄소포인트제와 달리, 친환경차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행거리 감축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30% 이상 혹은 3000㎞ 이상을 줄였을 때 최대치인 7만마일리지를 받는다. 여기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12~3월) 동안 서울시 평균 주행거리 대비 50%(1800㎞) 이하로 운행하면 추가로 보상(최대 1만마일리지)하는 ‘계절관리제’도 운영한다. 에코마일리지도 이 기간 직전 2년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20% 이상 줄였을 때 1만마일리지를 지급한다. 1마일리지는 1원, 1포인트는 지자체 재원에 따라 1~2원으로 산정한다. 결국 탄소포인트제에 참여했을 때 서울시민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은 19만마일리지에 탄소중립실천포인트 7만원을 합한 26만원(연간)이다. 그 외 지역은 최대 22만원에서 27만원(1포인트를 2원으로 책정한 지자체의 경우)이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와 달리 탄소포인트제와 에코마일리지는 이사할 경우 전 집에서 절감 노력을 했다고 해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이사하는 세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환경마일리지팀 소향순 주무관은 “에코마일리지 제도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건물의 에너지 사용 절감을 기준으로 하고, 한전 등의 데이터도 그런 형식으로 제공된다”면서 “이사를 하면, 예전에 살던 집이 아니라 지금 사는 집의 과거 2년 데이터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한정 감축할 순 없으니, 절대적인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반영해 탄소포인트제의 경우 지난 5월 30일 ‘탄소포인트제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표준사용량 인센티브를 신설했다. 거주 면적별로 전국 평균 사용량 대비 절감량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한 일반 가정보다 에너지 감축여력이 높으나(가정대비 약 4배 에너지 사용) 참여율이 저조한 상업시설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혜택을 연간 최대 40만원으로 확대했다.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유도를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탄소포인트제 참여규모도 올해 5만대에서 2023년 6만대로 확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지급 항목별 제도 참여기업을 수시로 모집하고, 객관적인 실적 증빙이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텀블러 이용할인, 고품질 재활용품 회수, 폐휴대폰 수거 등 자원순환분야 실천항목을 추가해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의 탄소 감축은 한계, 근본 대응 필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3가지 탄소포인트제가 있고, 서울시는 이중 2가지를 별도로 운영하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 혼동과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탄소포인트제 가입자가 서울로 이사를 가면 탄소포인트제에서 탈퇴가 되고,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제도 통합의 경우 정부에서 운영하는 3가지 탄소포인트 제도의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정부·서울시 제도 간 통합은 아직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는 주간경향의 문의에 “양 제도 간 연속성과 참여자 불편 해소를 위해 서울시와 그 외 지역 간 전·출입 참여자에 대한 정보공유, 재가입 유도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면서 “제도 통합을 위한 현행 두 제도의 운영방식 차이점 해소, 인센티브 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 추가확보 등 단계적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3개의 인센티브 제도(탄소포인트제, 자동차탄소포인트제,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사이트를 올해 12월까지 구축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에코마일리지와 승용차마일리지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해 ‘친환경 마일리지 지원에 관한 조례’가 7월 12일 공포·시행된다.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 탄소중립포인트제와 비슷한 ‘녹색실천마일리지’ 제도도 도입할 계획인데 조례는 이에 대한 근거도 담고 있다. 서울시민은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해 재활용 실적과 자전거, 친환경 운전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탄소포인트 제도는 시민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지원한다는 의의가 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국가온실가스 총배출량 10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한국은 전기 사용량의 약 13%만 가정에서 사용하는데 전체 가구 일부가 탄소포인트제에 참여해 10%를 줄인다고 해도 전기 사용량은 크게 줄지 않으며, 열대야와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매년 전기 사용량을 아껴서 포인트를 받는 방식은 실현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0년 신규 주택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했고, 2023년부터 상용 건물에도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 설치 의무화를 추진 중”이라면서 “사용량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보다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 사용해도 탄소배출량이 크지 않게 만들고, 여기에 추가로 절약을 유도하는 방법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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