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분쟁, 뒤따른 꼼수.. 임대차 3법 2년 돌아보니
전·월세 '5%룰' 피하려 관리비 20~30% 올려 받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올해로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럽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기 위해서라면 세입자의 계약기간 연장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이때 '실거주 기준'을 둘러싸고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여기에 전·월세 값을 5% 이내로만 인상해야 한다는 '5%룰'을 피하기 위해 관리비 인상 등 꼼수도 등장했다.
법망 피한 '꼼수'부터 소송까지
#1.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A씨. 그는 2019년 2월 보증금 3억500만원의 전셋집을 2년 계약했다. 2021년 2월 계약이 끝나면 전세 연장을 요구(계약갱신청구권)하려고 했다. 문제는 기존 집주인이 B씨에게 집을 넘기면서 발생했다. B씨가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A씨에게 퇴거를 요청하면서다. 새 매매계약은 임대차 3법(2020년 7월31일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11일 이뤄졌지만,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2020년 9월 계약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고,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는 그 이후인 11월 이뤄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2021년 3월11일 "새 집주인은 A씨가 계약기간 연장을 요청한 이후 집을 사들였다"며 "이에 자신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A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 비슷한 경우지만 다른 법적 판단이 나왔다. C씨는 2021년 1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2020년 9월11일 계약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집주인은 자신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C씨에게 계약 만료 뒤 나가라고 요구했다. 기존 집주인이 새 집주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건 2020년 7월1일. 법원은 임대차 3법 시행 전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점을 감안해 "C씨는 새 집주인에게 부동산을 넘겨주라"고 주문했다.
2020년 7월30일 국회에서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 장치를 담았다. 세입자가 2년 거주 뒤 추가로 2년을 더 살 수 있도록 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시장에 즉각 적용됐다. '보증금 6000만원, 월 30만원' 이상 임대차계약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2020년 8월4일 국회 통과)은 2021년 6월 시행됐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 마포구 소재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가 2년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 집주인은 남은 계약기간 동안 다른 세입자에게 기존 세입자와 같은 집세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새 세입자에게 집세를 5% 올려 받는 집주인들이 왕왕 있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들은 향후 집세를 5% 내에서 올려야 한다는 방침 때문에 미리 20~30% 올리거나 이른바 '내부자거래'가 형성됐다"며 "법 시행 이후 임차인 보호보다 전·월세 가격만 올랐다"고 말했다. '5%룰'을 피하기 위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세입자 중 집주인의 거부로 다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계약갱신·종료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은 2019년 43건이었다. 2020년에는 122건으로, 임대차 3법 시행 직후 급증했다. 계약갱신·종료 관련 건수는 2020년 1~7월 12건이었지만, 같은 해 8~12월 110건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총 307건, 2022년 5월 기준 116건이 접수됐다. 다만 전체 접수 건수는 2019년 2199건에서 2020년 1542건, 2021년 1635건, 2022년 5월 822건 등으로 감소했다. 이는 주택·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2019년 1399건→2020년 759건→2021년 683건→2022년 264건).
한국부동산원 임대차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주택 관련 분쟁 건수는 6월30일 기준 402건이었다. 보증금 또는 주택 반환은 128건, 손해배상 103건, 계약 갱신·종료 96건 등 순이었다. 이는 임대차법에 따라 조정위가 생긴 지난 2020년 11월 이후 1년7개월간 누적된 건수다. 부동산 전문인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LH 공공정비사업 자문위원)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기간 연장 요구를 거절하고,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 등 관련 분쟁이 꽤 있다"며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말한 뒤 집을 팔아버리면, 법안이 불완전한 탓에 기존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속 가팔라진 '전세의 월세화'
2년 전 계약기간이 연장된 물량의 만기는 오는 7월말부터다. 부동산 시장 혼란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추가 금리 인상 등 하반기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8월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건수는 10만4564건(59.6%), 월세는 7만791건(40.4%)이었다. 이 흐름은 2021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2021년 7월, 월세 비중이 44%로 높아졌고, 같은 해 9월(45.8%)과 12월(46.1%)에는 45%를 넘어섰다. 지난 4월(50.4%)에는 월세 비중이 처음 50% 이상을 기록하며 전세(49.6%)를 역전했다. 지난 5월에는 월세 59.5%, 전세 40.5%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안 잡혔던 월세 통계가 잡혔다. 통계가 실제와 조금 더 가까워진 측면이 있다"며 "최근에는 금리 인상이 월세 비중 상승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임대차 거래 시 월세 비중 상승 현상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제도를 만든 시기와 당시 상황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값, 전세가가 오르는 와중에 이를 건드리면 불타는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며 "임차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그들의 권익을 해치게 됐고, 실제 이중·삼중 가격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3법 일부 폐지 주장까지 나와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전셋값을 5% 이내에서 올린 상생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나왔다. 정부는 6월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1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방향의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상생임대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및 장기 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 면제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한 차례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한 임차인에 대한 버팀목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이를 위해 7월 중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생임대인 제도 첫 시행(2021년 12월20일) 이후 임대물량부터 혜택이 적용될 예정이다.
임대차 3법을 일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임대차 3법과 관련해 "세입자의 주거 계속성을 보호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갔다"며 "임대차 3법 가운데 졸속으로 만들었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폐지하되, 원상복구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6월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법) 폐지가 원상복귀가 아니라 더 현실적이고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세입자) 보호의 효과도 높인 부분을 제시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향후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을 폐지하고 2020년 7월 이전으로 가자'는 방향으로 정한 게 아니다"며 "법무부와 제도 개선 방법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이고, 조만간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며 "여러 대안을 두고 논의한 뒤 개선안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임대인의 실제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의 정당성 판단기준'에 따르면, 온타리오주는 집주인의 실거주로 인한 세입자 퇴실 요건을 엄격하게 따진다. 세입자의 과실 없이 집주인 사정으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 사유로는 집주인 등의 실거주 혹은 건물 재건축, 보수 등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내야 할 때, 실거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언·서증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1개월분의 임대료도 보상해야 한다. 혹은 세입자가 수용할 만한 대체 임대주택을 구해 줘야 한다.
보상이 없는 경우 집주인의 퇴거 명령 신청은 불가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임대차계약상 최초 약정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매월 자동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으로 전환된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정당한 이유 없이 임대차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 역시 법 보완에 방점을 뒀다. 김예림 변호사는 "법 폐지는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임대차법 관련 판례 등 법리 해석이 쌓이면 현장에서의 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황수 교수는 "임대인의 불리함이 임차인에게 간접적으로 전가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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