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결혼 앞두고 허망하게 떠나" 골프장서 숨진 50대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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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비 없이 골프장 내부 맨홀 안으로 내려가 작업하던 중 쓰러져 2주간 사경을 헤맨 50대 근로자 김모씨가 지난 10일 오전 끝내 숨졌다.
또한 맨홀 내부는 전문처리업체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간 적 없는 곳으로, 입사한지 한두 달에 불과한 김씨를 무작정 들여보낸 것은 안전관리책임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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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딸들의 결혼도 못보고 허망하게 떠났다"
안전장비 없이 골프장 내부 맨홀 안으로 내려가 작업하던 중 쓰러져 2주간 사경을 헤맨 50대 근로자 김모씨가 지난 10일 오전 끝내 숨졌다.
김씨의 20대 두 딸들은 각자 예비신랑과 결혼을 앞두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생전 김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딸들을 위해 성실히 일해온 가장이었다고 한다.
11일 빈소 주변에서 만난 유족 박모씨(40대)는 "외삼촌이 딸들의 결혼도 못보고 허망하게 가셨다"면서 "외삼촌의 휴대전화 속에는 골프장 내부 연못과 시설들, 업무메모와 일지 등 오로지 일에 전념한 모습이 두드러져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정부 소재 대학병원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에는 딸들의 예비신랑들도 와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유족은 김씨가 뇌사 상태일 때 병원으로부터 '장기가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증하려고 관련 단체와 협의했지만 좌절됐다.
수사기관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야 한다'면서 부검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유족은 "이미 깨끗한 상태라고 의사로부터 판정 받았는데 장기 기증으로 새 생명을 줄 수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31분께 경기 양주시 만송동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내부 맨홀 안으로 들어가 작업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 당시 동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의식을 잃은 즉시 구조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김씨를 발견했을 때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장에 근무했던 동료들이 맨홀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119구급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근무 당시 안전장비를 제대로 못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겪은 사고처럼 환기가 불충분한 밀폐공간(맨홀)으로 들어갈 경우 산소결핍 또는 일산화탄소·질소 등을 들이마실 위험이 크지만 현장에서는 공기호흡기·송기마스크·방독면·구조용삼각대 등 안전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맨홀 내부는 전문처리업체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간 적 없는 곳으로, 입사한지 한두 달에 불과한 김씨를 무작정 들여보낸 것은 안전관리책임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2주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10일 오전 11시37분께 사망했다.
김씨는 레이크우드CC 측의 필요에 따라 골프장 코스 내 연못에 공급되는 지하수 유량계에 찍힌 사용량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이 사고에 대해 '골프장 측과 시설관리업체의 안전관리소홀과 무리한 업무강행으로 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레이크우드CC 측은 "김씨가 자발적으로 '내려갔다가 올게'라고 동료 A씨에게 말했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지상에서 사용량을 확인하기 때문에 별도로 방독면 등 안전장비를 구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측은 안전장비 미흡, 안전수칙 미준수, 산소농도 위험수치'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산소 측정 및 송기마스크 착용을 안 하는 등 기본적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한 안전장비들이 있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맨홀 산소농도 측정 결과 6~20%가량으로 나왔다. 6%가량이었다면 한 순간에 기절하고, 몇 분 이내 사망이 가능한 산소농도다. 유독가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안전장비 미착용 여부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관계자는 "산소농도가 18%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명에 위험하다. 맨홀 지하 1m 지점부터 산소농도 18%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원청과 하청을 모두 조사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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