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서 출산 산모 "열악한 의료 현실에 왜 섬에 왔을까 후회"

전원 기자 2022. 7.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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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광주전남·광주매일신문 민선8기 공동기획] <중>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
"집 가까이서 의료서비스 받을 수 있었으면" 소박한 바람

[편집자주]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정부와 여당이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과대학 설립을 검토·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남도민의 30년 숙원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집단 휴진 등 의료계의 반발로 의정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후 코로나19, 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의과대학 설립 논의는 2년 째 중단돼 있다. 뉴스1·광주매일신문은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과 국립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 향후 전망 등을 공동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다.

지난 2020년 3월12일 오후 5시쯤 전남 완도에서 목포로 향하던 닥터헬기에서 새생명이 태어나 안명훈 응급구조사가 아이를 받고있다. 2020.3.14© 뉴스1DB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의료 현실이 열악한 섬으로 왜 왔을까 후회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전남의 부족한 의료 현실이 빨리 개선돼 지역민들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응급헬기를 이용해 육지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이송되거나 119구급차를 타고 광주지역 대학병원 등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전남지역 주민들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다.

2020년 헬기에서 출산을 경험했던 김희정(40)씨는 "기적적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다행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완도 노화도에 거주하는 김씨는 2020년 3월12일 오후 갑작스러운 진통을 느꼈다.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광주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지만 "아직 출산을 조금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이틀 전 돌아왔던 차였다.

김씨의 급한 연락을 받은 남편이 119에 전화를 했다. 김씨를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닥터헬기가 출동했다. 이륙 12분 만인 오후 5시께 닥터헬기 안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던 중 김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의 다리 한쪽이 약한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김씨는 "의사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불편해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아기 아빠와 울었다. 괜히 섬에서 살았나. 의료시설도 열악한데 여기에 살아서 아이에게 장애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며칠 뒤 아기에게 큰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를 듣고 김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는 열악한 섬지역의 의료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여기는 소아과가 따로 없다. 보건소만 있고 의원급 병원만 있다. 엊그제도 아기가 열이 나고 아픈데 목포까지 병원을 다녀왔다. 섬에서도 아픈 아이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그런 의료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2006년 산업재해를 겪은 뒤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온 강세웅씨(39)는 다시 서울이나 경기도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고향의 열악한 의료 현실 때문이다.

완도해양경찰이노화읍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완도해경 제공)/뉴스1 © News1DB

산업재해로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강씨는 "사고가 났을 당시 인근에 상급 의료기관이 있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온 뒤로는 열악한 의료 현실에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순천에는 산재로 인해 얻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설이 부족했다. 1시간 거리의 광주지역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전문적인 치료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씨는 "치료를 위해 광주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치료와는 관계 없는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며 "결국 수도권의 병원에서 다시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향이어서 내려왔는데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물론 지금은 2006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몸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 내에서는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강씨는 "진료 받을 곳이 없을 텐데 어디로 가게 될까, 건강은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강씨는 "전남에도 국립 의과대학이 설립되고 뛰어난 의료진을 키워내 지역민들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안타깝게도 김씨와 강씨의 이야기는 그들에게만 특정된 상황이 아니다. 전남도민 누구나 수십년째 겪고 있는 현실이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서울·수도권이나 대도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은 결국 '삶의 질'과 직결된다.

때문에 국립 의과대학 전남 설립이 최악의 의료 현실을 타개할 출발점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 이제 갓 출범한 민선 8기가 국립 의과대학 전남 설립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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