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억 세모녀 전세사기'는 '깡통전세'..범죄 수법 살펴보니

김소희 2022. 7. 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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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세모녀 전세사기 피해자 136명…사기금액 298억원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리베이트' 계산한 구조"
깡통전세 피해자 2030…신용불량자되고 청약 잃고
"구속수사" 대검, 엄정 대응 지시…공판도 적극대응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근 저가 아파트와 소형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적혀있는 전세 물건 알림 문구. 2022.07.11.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소희 이기상 기자 = 검찰이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국 검찰청에 엄정 대응을 지시한 가운데, 검찰이 파악한 이른바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에서 쓰인 범죄 수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136명에 달하는 임차인을 속여 298억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가로채면서, '무자본 갭투자'로 수백채의 빌라를 취득한 뒤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김형석)는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위반 혐의로 김모씨를 추가 기소했다. 김씨는 무자본갭투자자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두 딸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으며, 김씨의 범행에 가담한 분양대행업체 대표 송모씨 등 2명은 구속기소하고 업체 직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깡통전세 수법을 통해 피해자 136명으로부터 약 298억원 상당을 지급받아 편취했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 사기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건물 취득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는 방식인데, 주로 매매수요가 높지 않으나 임대차수요는 높은 중저가형 신축 빌라에서 발생한다.

검찰이 밝힌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범행 수법에 따르면, 분양대행업자들은 신축 분양을 대행하면서 건축주에게 지급할 금액을 미리 정하고, 그 입금가에 무자본갭투자자인 김씨에게 줄 돈과 자신들이 취득할 이익금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했다.

즉, 임차인이 지급한 임차보증금 액수인 '분양가'는 건축주에게 지급되는 실제 매매금액인 '입금가'보다 높게 형성된다. 임대차보증금의 일부를 무자본갭투자자와 분양대행업자의 '리베이트'로 분배한다는 목적으로 매긴 금액이기 때문이다.

빌라의 소유권 취득은 무자본갭투자자인 김씨의 몫이 됐다고 검찰은 봤다. 이후 김씨는 136채의 빌라 소유권을 자신의 두 딸의 명의로 이전하기도 했다.

분양대행업자들은 계약과정에서 임차인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피해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주거형태를 이용하고자 하는 20~30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라며 "무자본갭투자로 인한 피해는 수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나 정상적인 계약의 외관을 갖추고 있어 통상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민사문제로 취급돼 적정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깡통전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는 다양했다. 검찰은 "보증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 해당 목적물이 경매에 붙여지자 더 큰 손해를 피하고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낙찰을 받은 경우, 그로 인해 소중한 주택청약 자격을 잃게 된 경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시스]

검찰은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조직적인 사기 구조'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무자본갭투자자는 자기자본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수백 채의 빌라를 다량·반복적으로 취득하게 되나, 당초 보증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수중에 보유 자금이 부족하다"며 "또 해당 빌라에 대한 매매 수요가 높지 않아 처분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 결국 수백억에 달하는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한편,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 외에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은 8000여건에 달하는 등 증가 추세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9~2021년 8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총 8130건, 피해액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사고의 약 89%가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로 분석됐다.

전세보증금 사기의 대표적 유형은 ▲건물 취득가보다 큰 금액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는 소위 '깡통전세' ▲등기부상 거래가액을 부풀려 실거래가보다 높은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는 사례 ▲전월세 계약 현황 등 권리관계를 기망한 사례 ▲보증금 돌려막기 사례 등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세 사기 관련 대응 방안'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2.07.11. xconfind@newsis.com

대검은 이날 전국 검찰청에 전세보증금 사기 엄정 대응 지시를 내렸다.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은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적극적으로 속인 범죄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구속수사 하겠다"며 "전세금이 피해자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수사 단계에서 적극 수집해 공판 단계에서도 죄에 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법원 선고형이 피해자 의사나 피해 회복이 안 됐는데 적절하게 나오지 않으면 적극 항소하겠다는 것"이라며 "공범과 은닉 자금 추적 등을 통해서도 피해 회복 돕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h@newsis.com,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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