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영우' 제작진, 자폐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사회 편견 노출시켜줘 감사해"[SS인터뷰③]

황혜정 2022. 7. 12. 06: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자폐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동시에 사회의 편견을 모든 곳에 노출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우영우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일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또 그녀를 통해 자폐에 대해 배우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된 첫 주, 국내 커뮤니티 등지에서 한 필리핀 남성이 해외 드라마 리뷰 사이트에 남긴 1, 2회 후기가 인기를 끌었다. 다름 아닌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보고 직접 남긴 후기였다. 영어로 남겨진 이 후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자폐 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을 오래 봐온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자세하고 실제적인 고증에 대한 평이 남겨져 있었다.
국내에선 주로 자폐적 특성을 가진 아동을 키우고 돌보는 부모 또는 특수학교 교사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후기를 남겼던 반면, 당사자가 직접 남긴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그가 긴 후기를 남긴 사이트를 통해 그와 이메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서면을 통해 스포츠서울이 JC 존 세세 쿠네타 씨를 만나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단독]“박은빈 연기? 실제인지 연기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 자폐인이 본 ‘우영우’[SS인터뷰②]에 이어)

-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당신의 부모님은 반응은 어땠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나.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의 아버지는 영우를 헌신적으로 키우지만 장애가 있다며 자기연민을 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길을 지지해준다. 학창시절도 궁금하다.학교를 다니며 어려웠던 점이나 혹은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줬던 일화가 있는가.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내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몰랐다. 자폐 스펙트럼이 더 공공연하게 논의되던 무렵 나에게 자폐증에 대해 말하고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인 80년대엔 그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느날 한 심리학자가 나에게 자폐 스펙트럼 전문가의 공식적인 진단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어머니는 나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을 알아차리셨지만 그것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없으셨다.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다. 그녀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논리적으로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나와 종종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대신, 왜 내가 그녀의 제안대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어떤 면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방법이 내 생각을 훈련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3화에서 우영우의 아버지가 영우에게 말했듯이 자폐를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는 소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 3회에서 우영우가 아버지에게 “저는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폐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혼이 비장애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상 장애인은 결혼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난 지금껏 총 3번의 연애를 해봤다. 지금은 싱글이지만 마지막 연애는 15년 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하나는 자폐를 가진 사람들 역시도 타인에 매우 충실하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를 가진 사람도 타인과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적어도 나와 내가 아는 자폐를 가진 사람들은 신뢰와 정직에 매우 높은 가치를 둔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는 친하지 않는 사람에 한해 적용될 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만지지 말라’는 규칙을 쉽게 깨뜨릴 수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자기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자폐를 가진 사람의 결혼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슬프게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자 중 한 쪽 또는 양 쪽 모두가 자폐인 경우가 있다. 자폐가 자녀에까지 유전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몇몇 연구들이 있지만 그 보장은 없다. 결론은 자폐를 가진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결혼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회 갈무리.

- 이 드라마를 통해 어떤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가. 또한 이렇게 장애인, 소수자를 다룬 드라마가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한국, 필리핀, 태국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다른 연출자와 작가들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는 2022년의 절반을 넘겼으며 이제는 드라마/영화 산업이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에 동참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미디어는 이러한 지지를 진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심지어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이다. 그들은 이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폐에 대한 올바른 묘사 때문에 그들은 자폐 스펙트럼과 다른 장애들에 대한 건강한 상식을 갖게 될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처럼, 이 모든 문제는 ‘인식’에 관한 것이다. 영화, 드라마 산업에서 적절하게 표현된다면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인식이나 상황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리뷰를 남겼다. 또한 내가 모든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 부모들이 글을 남겨주길 바라고 있었다. 놀라웠던 건 내가 리뷰를 쓴 방식은 일반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의 후기 내용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후기가 먼 한국에까지 도달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첫째, ‘자폐는 스펙트럼’이다. 둘째,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끝내기 위해 ‘자폐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받지 못해 자폐임을 진단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자폐증 스펙트럼에 있다는 의심이 높은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적 낙인과 가족들이 진단받는 것을 거부해 진단받는 것이 자폐를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더라도 진단을 받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만약 우리가 자폐는 스펙트럼이라는 사실과, 자폐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면, 자폐를 진단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서로 아무리 다를지라도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인간’이라는 것이다. 자폐에 대한 흔한 오해는 우리가 공감, 동정, 그리고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갖고 있다. 우리는 단지 사물을 다르게 처리하고 표현할 뿐이다.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이 있다. ‘자폐를 가진 사람이 왜 내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꽃을 주었을까?’다. 만약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자폐를 가진 사람의 사고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첫 단계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자폐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동시에 사회의 편견을 모든 곳에 노출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우영우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일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또 그녀를 통해 자폐에 대해 배우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마부헤이, 샬롬!(평화가 있기를: 작별 인사).

JC 존 세세 쿠네타. 사진 | 본인 제공.

et1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