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어 제목 'Extraordinary', 자폐에 대한 긍정적 의미줘" 자폐인이 본 '우영우'[SS인터뷰①]

황혜정 2022. 7. 1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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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개인적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제목이 ‘Strange’(이상한)가 아닌 ‘Extraordinary’(비범한)로 채택된 것이 좋았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 제목이 ‘이상한’(strange)이나 ‘기이한’(weird)이었다면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이상함’은 타인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본래의 내가 아닌 척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도록 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된 첫 주, 국내 커뮤니티 등지에서 한 필리핀 남성이 해외 드라마 리뷰 사이트에 남긴 1, 2회 후기가 인기를 끌었다. 다름 아닌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보고 직접 남긴 후기였다. 영어로 남겨진 이 후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자폐 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을 오래 봐온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자세하고 실제적인 고증에 대한 평이 남겨져 있었다.

국내에선 주로 자폐적 특성을 가진 아동을 키우고 돌보는 부모 또는 특수학교 교사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후기를 남겼던 반면, 당사자가 직접 남긴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그가 긴 후기를 남긴 사이트를 통해 그와 이메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서면을 통해 스포츠서울이 JC 존 세세 쿠네타 씨와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마부헤이!(Mabuhay: 필리핀어로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JC 존 세세 쿠네타(JC John Sese Cuneta)다. 한국 나이로 41살이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내 필명은 ‘유키’, 때로는 ‘유키노’다(일본어로 ‘눈’(snow)). 비록 (필리핀엔 눈이 내리지 않아) 눈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나는 항상 눈을 좋아했다. 세 남매의 장남이고,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다.

나는 28~29세 때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내가 일반적으로 자폐적 특성으로 해당되는 행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려줬다. 나는 한때 온라인 게임 산업군에서 일했다. 현재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번역, 익명의 글쓰기, 웹사이트 개설 등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영화와 TV드라마를 보는 것 외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게임 회사에 재직 당시 JC 존 세세 쿠네타의 ID카드. 사진 | 본인 제공.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평소 한국의 드라마를 즐겨보는가.

아마도 자폐 스펙트럼을 언급한 드라마가 나온다는 뉴스 기사를 보고 나서 희망 시청 목록에 이 드라마를 추가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가볍게 볼 만한 것을 찾기 위해 넷플릭스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나는 한국 드라마를 정기적으로 본다. 오락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서양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깊이와 인간미가 있는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 2회에 대해 남긴 후기가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어땠나.

처음 두 편의 에피소드에 대해 쓴 내 후기가 한국까지 퍼져나갈지 몰랐다.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처음 읽었을 때 놀랐고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답장을 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린 것 같다. 그건 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처리하려 했던 것이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제목은 ‘Strange’(이상한)가 아닌 ‘Extraordinary’(비범한)로 시작한다. ‘이상함’과 ‘비범함’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Extraordinary’가 공식 영어 제목으로 채택된 것이 좋았다. 그것은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 제목이 ‘이상한’(strange)이나 ‘기이한’(weird)이었다면 그것은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볼 때, 친구들은 나를 ‘기이하다’(weird)라고 말했다. 좋은 뜻인데도 긍정적이지 않은 느낌을 풍겼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단어 뜻을 잘 몰라서 그들이 내게 그 의미를 설명했을 때 기분이 나빴다. ‘이상함’이란 것은 타인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본래의 내가 아닌 척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도록 했다.

이 놀이는 JC 존 세세 쿠네타가 스스로를 쉬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쿠네타는 “이것은 내 마음, 불안, 압력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케이드 센터가 시끄럽긴 해도, 노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은 공을 놓는 타이밍을 맞추면 해당 티켓 수만큼 특정 슬롯에 공이 떨어지는 놀이다. 대부분 무작위로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과 패턴이 있다. 나는 그것을 마스터하는 도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특히 주말 점심과 오후에 사람이 많으면 멀리한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고함을 지르는 강렬한 소음, 그리고 나와 가까이 있다는 사실들이 나를 압도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본인 제공

- 당신은 후기에서 드라마 속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고증을 언급했다.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는 손가락으로 셋을 세고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간다. 당신은 어떤 준비 행동을 하는가. 드라마 속 우영우와 당신의 행동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우는 고래에 푹 빠졌는데 당신이 푹 빠져있는 대상이 있다면.

나는 머리 속으로만 우영우와 같은 행동을 한다. 그리고 나서 심호흡을 한다. 1회 등장한 장면인 (피고인의 남편이 치료를 받고 있는)병원에 도착했을 때 영우처럼 나도 문이 열려 있으면 그 안을 잽싸게 쳐다보거나 상황을 관찰한다.

오늘날 몇 군데의 회사에서 일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서야 나는 스스로에게 납득되는 이유를 찾았다. 예를 들어, 불안이 먼저 내게 다가오면 왜 특정 행동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음으로써 이겨낸다. 그 행동을 하고 나면 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물론 만능 해결법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더 심하게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뛰거나 숨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 도서 할인 행사에서 JC 존 세세 쿠네타가 사온 책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사온 그는 평소 무엇을 읽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사진 | 본인 제공.

내가 5살 정도였을 때부터 지도를 읽고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서 길을 따라가곤 했다. 그런 다음 세계 지도로 이동하여 다른 국가와 수도를 찾기 시작했다. 역사는 내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다. 오늘날에도 다른 문화, 국가 및 사건의 역사를 읽는 데 몰두하고 시간을 보낸다.

한번은 누군가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드라마에 대해 묻자 대답을 위해 결국 고조선대까지 읽게 되었다. 이건 전에 읽었던 고조선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또 나는 천문학과 공룡, (버뮤다 삼각지대와 UFO 같은)미스터리에 깊숙이 빠져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이나 책 읽기를 좋아했고 덕분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항상 김밥만 먹는다. 식재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예민한 미각에 자극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진은 쿠네타가 뷔페 레스토랑에서 회사 점심을 먹었을 때 선택한 음식들. 쿠네타는 “뷔페식에서 먹을 때마다 음식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는 항상 동아시아 음식을 선택한다. 동아시아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그것은 나에게 진정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본인 제공.

*[단독]“박은빈 연기? 실제인지 연기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 자폐인이 본 ‘우영우’[SS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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