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청문회 패싱 장관급 인사 9명.. 尹정부서 4명 임명

구현모 2022. 7.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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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놓고 여야 대립에 국회는 공전
인사청문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野 "국회 정상화 협력하고 기다리는게 상식"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한 가운데 윤 정부 들어 국회 청문회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네 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 없이 임명됐던 역대 장관(급) 인사는 총 9명으로 이 중 4명을 윤 정부에서 임명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김창기 국세청장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김승겸 합참의장을 국회 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특히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리는 국세청장과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 그리고 합참의장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사례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발생했다.

(왼쪽부터) 김창기 국세청장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4명, 문재인 정부 1명 청문회 없이 임명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을 받으면 20일 안에 청문회를 마치고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한 뒤 대통령에게 통지하게 돼 있다. 다만 국회에서 기간 내에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추가로 10일을 더 부여할 수 있지만 그 후에도 결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도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및 국무위원들 대부분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쳤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청문회 자체를 생략한 경우는 드물다.

윤 정부 이전에 청문회 패싱이 가장 많았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관급 인사 4명을 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2008년 3월에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된 김성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당시 청문회는 증인 출석을 두고 여야가 대립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청문회를 앞두고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김 후보자도 삼성의 주요 관리 대상이었다고 폭로했고 야당은 김 변호사가 출석할 때까지 청문회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인사청문회 기간이 만료되자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임명했다.

2008년 8월에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당시 18대 국회도 지금처럼 원 구성 협상이 끝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청문회를 담당할 상임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여당은 한 달 뒤 ‘검증 회의’를 개최하는 조건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상임위원. 뉴시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2019년 1월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문회를 보이콧하면서 개의 30여 분 만에 파행됐다. 당시 야당은 조 후보자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활동한 이력이 있다며 선관위원이 정치에 관여한 경우 위원직에서 해임하게 되어 있는 선관위법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다. 여당은 실무자가 실수로 대선 백서에 조 후보자의 이름을 기재한 것이라며 실제로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여야는 인사청문회를 다시 열기로 합의했지만 선거 캠프 활동 의혹과 관련해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이 지나자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안 시급하다는 대통령실 vs 국회 패싱이라는 야당

윤 정부로서도 할 말은 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대립하면서 인사청문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금융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지금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민생경제를 위해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 더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을 때도 “교육 수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현안의 시급하다는 것을 이유로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을 때는 국회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이런 태도가 인사청문회 제도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불통과 독단을 넘어선 오기 인사”라며 “원 구성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니 국회 정상화에 적극 협력하고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도 “계속되는 ‘국회 패싱’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며 “검찰과 지인 중심의 편향 인사는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고, 부실 검증에 더한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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