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하면 '혼란' 물러나면 '패권 다툼'.. 與 '질서 있는 수습' 주력

배민영 2022. 7.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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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직무대행체제' 결정
당정 지지율 동반하락 국면 속
최고위 이어 의총 등 연쇄 개최
'權 원톱' 의원 전원 결의안 채택
李, 윤리위 재심 등 시도 가능성
자진 사퇴 땐 패권 다툼 본격화
'윤핵관' 장제원·김기현 등 불만
친윤계 의원 반발 내홍 변수로
책임당원 권리 활용 지원 목적
남성 커뮤니티 '인증샷' 잇따라
'잠행' 李 "당원 가입하기 좋은날"
팬덤 조직화 '장기전 준비' 관측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11일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에 따른 리더십 공백 사태를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풀어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는 등 위기 국면에서 ‘질서 있는 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징계 처분에 불복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적 다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혼란상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자진 사퇴에 선을 긋고 있지만, 만에 하나 그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지도 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차기 당권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본격화할 수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초·재선 및 중진 의원 모임,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이번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은 대부분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최근의 극심한 당내 혼란상으로 질타를 받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오후 의총에서 권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한다는 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총과 선수별 의원 모임, 최고위 등에선 모두 이 대표의 직무정지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봐야 한다는 당 사무처의 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나 임시 전당대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권 직무대행 ‘원톱’ 체제가 당론으로 정해지면서 이 대표는 더욱 코너에 몰리게 됐다. 의총장에서도 하태경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감당해야 할 정치적 후폭풍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잠행을 이어가면서 변호인을 비롯한 측근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날 의향이 여전히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실 복도에 불이 꺼져있다. 뉴시스
일부에선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에 참석하는 등 ‘출근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상했으나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거나 출근 투쟁을 한다면 정치적으로 굉장히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는 “주변에서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당 내홍 사태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가 6개월 후 돌아와 다시 당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이 기간 내에 경찰 수사 결과 발표 등의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한다면 당내 권력 투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 경우 비대위 체제로 가느냐, 임시 전대를 치르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당권 주자 간 유불리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날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향후 당 내홍 재발의 변수로 꼽힌다. 대표적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은 중진 모임과 의총에 모두 불참했다. 장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과 ‘전략적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다. 임시 전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도 굳은 표정으로 의총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李대표 지키자”… 2030 ‘與 입당 러시’ 움직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이 대표의 주 지지층인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입당 러시’가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2030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대표를 지키겠다”며 국민의힘 입당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신청한 캡처 화면 등과 함께 “이 대표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 “이 대표는 2030의 미래다”와 같은 글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표 징계 결정에 실망한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서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오히려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책임당원의 권리를 활용해 사면초가에 빠진 이 대표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전당대회 투표권, 당원소환 청구권 등 주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입당 후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책임당원 자격이 부여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각종 커뮤니티에선 책임당원의 ‘토론 요구 및 발안권’을 행사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문제 삼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와 그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에게 있다는 당규에 근거해 ‘현재의 직무대행 체제가 효력이 있는지’ 토론을 열자는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책임당원 10%의 동의가 있으면 토론 안건은 당 최고위원회에 공식 청구된다.

이 대표도 징계 결정 직후 라디오 방송과 페이스북을 통해 2030세대의 당원 가입을 독려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입당 링크와 함께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이란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 팬덤’을 조직화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이(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국민의힘이 더욱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젊은 당원 여러분들이 당을 버리고 떠나기보다는 당에 남아 적극적으로 옳은 소리와 충고를 개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내 우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비판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 2030 지지층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적절한 징계다’는 응답은 33.2%, ‘미흡하다’는 응답은 27.5%에 달했다.

배민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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