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유윳값, 8월 공급대란 가능성..정부·낙농가 '차등가격제' 협상 실패 후폭풍
낙농가 "제도 개편 반대..농가 소득 감소·폐업 이을 것"
제도 개편 입장차로 8월 '원유가격 조정' 무산
원유가격, 작년 수준 유지 vs "우유 공급 거부"
비싼 우윳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낙농가의 반발로 협상이 수개월째 진전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차등가격제 개편은 매년 8월 1일 반영되는 ‘우윳값 조정’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맞물리면서, 올해 우윳값 인상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낙농가는 공급 거부까지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극적인 타협책이 나오지 않으면, 오는 8월부터 ‘우유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 가격은 당분간 지난해 수준인 1리터당 947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올해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이 지켜지지 못하고 미뤄질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바꾸는 낙농제도 개편(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이 이뤄진 다음에 가격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가격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차등가격제’ 협상이 선결 조건…올해 원유 인상 당분간 보류
통상 원유 가격 조정은 매년 8월을 기점으로 이뤄진다. ‘생산비 연동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법에 따르면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용에 따라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합의안 최종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 가격을 반영한다.
당초 일정과 가격 책정 방식에 따르면 다음달 당장 인상된 원유가격이 적용되는 것이 맞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리터당 843원이었는데, 생산비 증가분과 유보분 등을 감안한 가격 산출식에 따르면 올해 리터당 47~58원 사이에서 인상 폭이 결정될 전망이었다.
그런데 이를 논의할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가격 결정 시한 3주도 채 남겨놓지 않은 현재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다. 가격 조정에 나서려는 낙농업계 등 생산자 측과 달리, 유업체를 주축으로 한 수요자 측이 현행 생산비 연동제 파기,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협상을 거부하면서다.
가격 조정의 전제 조건인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우윳값 조정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 됐다. 농식품부는 낙농가의 생산비에만 연동하고 음용유 단일 가격으로만 결정돼 원유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는 현재 수준의 가격으로, 가공유는 더 낮은 가격에 유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유업체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낙농 단체들은 농가 소득 감소와 폐업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 낙농가 “공급 거부 불사”…우유대란 현실화하나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하반기 우유대란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 도입 시 유업체는 정부가 정한 음용유물량(85.5%)까지 낙농가의 정상쿼터를 삭감하고, 낙농가는 삭감된 물량에 대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800원 내지 100원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낙농가는 납유거부 등 강경 대응도 예고한 상황이다.
우유대란 현실화로 공급 부족에 따른 우유 가격 상승이 촉발되면, 치즈 등 유제품 뿐만 아니라 빵·커피 등 식료품 가격 인상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6%대로 올라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그만큼 정부는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인중 농립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8일 ‘청년농업인과 낙농제도 개편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김 차관 주재로 지방자치단체와 낙농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해당 제도에 대한 강력한 도입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정부는 막판까지 낙농업계와의 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가격 체계 개편에 성과를 내면서도 공급대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며 제시한 음용유와 가공유 생산량(쿼터) 187만t, 31만t 방안을, 음용유 190만t, 가공유 20만t 등으로 수정했다”며 “추가적으로 음용유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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