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접고 이 악문 LG전자, '전장' 키워 사업 재편 성공할까

2022. 7.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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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TV 수요 부진에도 실적 상승세 예상..기업 간 협업 활성화와 고객 중심 사고 전환 추진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이른바 보상 소비가 끝나면서 소비재 수요가 줄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의 차질로 부품을 조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잔치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2분기는 부진한 성적이 예상되지만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 LG그룹의 맏형 ‘LG전자’도 최근 굉장히 바빴다.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고 동시에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는 작업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아직 사업 재편의 성패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일단 첫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전장 사업이다. 전장 사업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하면서 LG전자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LG전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홈 피트니스 분야 합작법인 ‘피트니스캔디’ 출범식을 열었다. LG전자 CEO 조주완 사장이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적자 사업 전장이 살아남은 이유


LG전자는 7월 5일 전장 사업에서 올 상반기 8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VS(전장 부품)사업본부는 최근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일본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 텔레매틱스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 LG전자 측은 “이러한 추세라면 수주 후 연내 사업화되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올 연말까지 수주 잔액이 총 6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전장부품 사업은 사업 초기를 제외하면 올해 2분기 9년 만에 첫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 멕시코 신규 공장 가동도 준비하고 있어 향후 LG 전장 부품 계열사와 함께 애플카의 핵심 부품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장 부품 사업은 LG전자에 유일하게 남은 적자 사업이었다. 지난해부터 LG전자가 스마트폰과 태양광 사업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정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였다. 그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맡았던 MC사업 부문은 2015년 2분기부터 24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해 왔다. 누적 적자만 5조원이었다. 이렇게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IT 기업으로서의 상징성 때문인지 쉽게 철수를 말하지 못했다. 그러던 LG전자가 지난해 7월 26년간 이어 온 휴대전화 사업을 전격적으로 종료한 것은 더 이상 철수를 미뤄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초에는 스마트폰 사업에 이어 태양광 사업도 접었다. 2010년 첫 생산을 시작한 후 12년 만인데, 이는 태양광 사업 부문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9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N타입·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저가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고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과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접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이 실적에 따라 정리됐지만 전장 사업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우선 전장 사업은 시장성이 상당히 높은 분야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520조원), 2028년 7000억 달러(약 91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기차용 e파워트레인 등이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올리며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G는 LG전자 등 전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수주액을 공개한 것도 초기 시장 선점과 함께 그간 투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전장이 가전과 함께 향후 LG전자를 떠받칠 주요 사업군으로 낙점된 셈이다. 



SM·GS 손잡고 신사업 진출 이어 가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외부 회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잡는다는 것은 최근 LG전자의 행보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전장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2021년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 법인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이에 앞선 2021년 1월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사 일루토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 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축을 완성하게 됐다. 

올해 들어 LG전자는 특히 신사업에서 더욱 적극적인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와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전기차의 수요가 늘면서 주요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전기차 관련 시장에서 협력 기조를 이어 갔다.

LG전자는 6월 26일 GS에너지·GS네오텍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전문 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지분 60%를 확보하고 애플망고는 LG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의 지분을 취득한다.

2019년 설립된 애플망고는 완속 충전기부터 급속 충전기까지 가정용·상업용 공간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전기차 충전기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충전기 디자인과 설치 편의성을 대폭 향상한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 관련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연내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가정·쇼핑몰·호텔·공공 기관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충전소 운영 노하우와 고객 접점을 확보한 GS 계열사와의 공동 인수를 통해 전기차 충전 솔루션의 안정적 공급처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LG전자가 하지 않았던 사업에서도 합작 법인을 통해 도전장을 내민다. LG전자는 6월 30일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홈 피트니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합작법인 ‘피트니스캔디’의 지분은 LG전자와 SM엔터테인먼트가 각각 51%, 49%씩 보유했다.

홈 피트니스 시장은 2020년 전후로 뉴 노멀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합작법인 피트니스캔디는 홈 피트니스 관련 콘텐츠와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구독 서비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한다. 이르면 9월 출시할 앱을 스마트폰·스마트TV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탑재하고 스마트밴드·카메라·운동 기기 등과 데이터가 연동되는 양방향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그간 가전 패러다임이 기능과 성능 중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LG전자는 고객 경험 중심으로 가전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앞서가는 내 삶을 위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LG전자의 신사업은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생활가전·TV·전장 등 핵심 사업부 곳곳에 있던 ‘상품기획’ 조직 명칭을 모두 ‘CX(Customer Experience : 고객 경험)’로 변경했다.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 경험 강화에는 LG그룹 전체를 이끄는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고객’ 앞세운 구광모 리더십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구광모 LG 회장은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LG전자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홈 피트니스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그간 LG전자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8년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그룹 회장직에 오른 구 회장은 6월 29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와 지주사인 (주)LG에서 근무하며 이력을 쌓았다. 

취임 초기부터 ‘고객’을 강조했던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LG전자가 오랜 숙제였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리더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밖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형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향후 다가올 시장의 흐름은 LG전자에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료와 물류비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믿을 맨’이었던 가전 부문에서도 위험 조짐이 감지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B2B 사업은 성과가 좋은 반면 대표적 B2C 사업인 TV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TV는 보상 소비가 꺾였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했고 여기에 원재료비와 물류비가 상승하면서 2분기 LG전자 HE(TV·미용가전)본부 수익성이 매우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H&A(생활가전·공조)본부는 소비의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여전히 양호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기대하는 수준의 수익성은 가능해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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