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유연탄發 실적 부진 전망.. 탄소중립 서두르는 시멘트업계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해 실적 개선
폐플라스틱 놓고 소각업체와 경쟁 구도
시멘트업계가 탄소중립 추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등으로 강화된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여전히 비싼 유연탄을 친환경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12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던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탄소중립은 주로 1분기 원가 부담을 키웠던 시멘트 제조용 연료 유연탄을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일이다.
유연탄 국제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에 급등했다. 2분기엔 더 올랐다. 연초 톤(t)당 170달러대에서 지난 3월 400달러를 넘어선 후, 2분기 들어서도 꾸준히 높아져 지난 5월 사상 최고가인 46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기준으로도 391달러로 1분기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
시멘트 업체들은 2분기 들어 시멘트 가격을 약 15% 인상했지만, 더 커진 원가 부담에 여전히 실적이 부진할 걸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멘트 7개사 중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가 나온 5개사(쌍용C&E·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의 영업이익 총합은 147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958억원)보다 24.6% 감소할 걸로 전망된다. 매출은 16% 성장이 기대되는데도 수익성이 악화할 거란 얘기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유연탄 대체에 최대한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하면 오히려 폐기물 처리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쌍용C&E는 탄소중립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최근 기술연구소를 44년 만에 확장·이전했다. 기술연구소에서는 ‘유연탄 감소 및 폐플라스틱 사용량 증대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 유연탄 대체율은 올해 기준 약 50%로 업계 최고이고, 2030년엔 10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삼표시멘트도 이 기술 고도화를 위해 LG화학, 현대로템과 손잡았다.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태우면 ‘염소 더스트’란 부산물이 발생하고 이것이 환경과 시멘트 생산효율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 부산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신양회는 현재 20%인 대체율을 2027년까지 50%로 높이기로 지난해 계획했다가, 올해 들어 목표 달성 시점을 2025년으로 앞당겼다. 이를 위해 관련 인프라 투자 금액을 늘리고 구축에 서두르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시멘트협회의 이현준 회장도 지난 1일 ‘제1회 시멘트의 날’ 지정 기념식에서 탄소중립을 업계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멘트업계의 폐플라스틱 사용 확대에 폐기물 소각업체들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폐플라스틱은 소각업체들의 먹거리이기도 한데, 정부 계획에 따라 전체 배출량은 줄고 점유율 경쟁에선 시멘트업계가 유리해질 거란 우려에서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 계획을 통해 “생활 플라스틱 발생량을 2020년 대비 2025년 20% 줄이고, 폐기물 처리 방식을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시멘트업계의 사용 방식인) 열분해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유연탄 대체율이 30%대였던 지난 2020년에 이미 시멘트업계의 폐플라스틱 사용량은 소각업계 처리량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환경부 자료 등을 토대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생활폐기물+사업장폐기물) 발생량은 1021만톤(t)이었다.
이 중 소각업체들이 처리한 양은 260만톤(25%)이었다. 나머지는 태우지 못해 매립되거나 재활용됐다. 재활용에 포함되는 시멘트업계 사용량은 141만톤(14%)이었다.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전체 폐기물 기준으론 소각업계 처리량 912만톤(환경부, 2020년 기준)의 15% 수준을 시멘트업계가 가져간 셈이다.
소각업계는 시멘트업계가 폐플라스틱 처리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가진 걸로 알려졌다. 시멘트 업체들은 폐플라스틱 발생처로부터 현 시세에 따라 톤당 5만원 정도의 처리 대가를 받고 연료로 쓰고 있는데, 연료 사용이 목적인 만큼 처리 대가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필요하면 돈을 주고서라도 폐플라스틱을 구매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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