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아베 저격..국내서도 넘쳐나는 '사제 무기' 왜?
일본 우익의 상징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지난 8일 괴한이 쏜 총에 사망했습니다. 당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도로 중앙에서 집권 자민당 후보를 지지하는 가두연설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의 등 뒤로 7~8m 떨어진 곳에서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가 가방에 있던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흰 연기와 함께 ‘펑’ 하는 첫 번째 총성이 울리자 아베 전 총리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총성 직후 그는 쓰러졌습니다.
야마가미는 경호원들에 의해 제압되는 과정에서 총을 떨어뜨렸습니다. 목제 판에 금속 원통 두 개를 검정 테이프로 감아 만든 ‘사제(私製) 총기’였습니다. 높이 약 20㎝ 길이 40㎝로, 원통 하나당 탄환 6발을 장전해 한 번에 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건물과 나무판자에 시험 발사를 하는 등 수차례 개량한 끝에 살상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총 쏘고 폭탄 터트리고…국내서도 ‘사제 무기’ 테러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일본 열도와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제 무기’에 의한 테러는 이웃 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관련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석 달여에서 전인 지난 4월, 부산의 한 40대 남성이 주택가 골목에서 부탄가스로 제작한 사제 폭탄을 터트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년 전 전주에서도 당시 20대 남성이, 교제를 거부한 여성의 아파트로 찾아가 자신이 만든 폭발물을 터트렸습니다.
총격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6년에는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에서 철제 파이프와 나무토막 등으로 만든 사제 총기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이른바 ‘성병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1년 전에는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복면 괴한이 사제 총기를 들고 차량에 난입해 실탄을 발사했습니다. 일명 ‘BB탄 총’으로 불리는 장난감 총을 개조, 납탄·쇠구슬 등을 넣어 난사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경우 사제 흉기는 아니지만,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화살 총’을 파출소에 쏜 20대 남성이 검거된 일도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이 남성은 전남 여수에 있는 파출소 출입문 틈 사이로 화살 총을 쏘고 달아났습니다. 화기(火器) 외에도 사제 도검이 흉기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작년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부터 작년 6월까지 3년 6개월간 적발된 불법 총기 건수는 총 13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 사이트에서 총기 부품을 들여와 권총·소총을 제작·판매하고, 허가받지 않은 가스총을 보관한 사례 등입니다. 2018년부터 작년 8월까지 분실 신고된 민간 소유 총기류는 838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사제 무기 제작’ 쉬운 이유 3가지
우리 경찰은 현재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과 ‘총포화약안전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무기류를 관리·단속하고 있습니다. 규격·위력 등을 따져 위험성을 점검하며, 목적에 따라 제작 및 사용을 통제하고 안전 수칙을 지키도록 감독합니다. 그래서 특히 총포의 경우, 경찰의 관리 하에 있는 엽총이나 사격용 공기총 등이 범행 도구가 되기는 드물다고 합니다.
문제는 개인이 부품을 들여와 자체 제작한 무기입니다. 전문가 조언을 종합하면, 사제 무기가 쉽게 제작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밀수나 부품별 수입으로 인해 재료들이 세관에서 완벽히 걸러지지 못한다는 점. 둘째, 제작 방법이 인터넷 등에 공개돼 있어 따라 하기가 쉽다는 점. 셋째, 폭죽 등으로 유통되는 화약이 악용된다는 점입니다. ‘아베 저격범’ 야마가미 역시 화약과 부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했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총기 제작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11일 기자가 구글·유튜브 등을 검색해본 결과 ‘가스건 및 장난감 총 개조’ ‘콩알탄·라이터로 폭약 만들기’ ‘사격 게임에서 실제 총기 조립·분해하기’ 같은 내용의 글과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개가 단순 실험 영상이거나 전문 정보를 다루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악용될 소지도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보다 세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전문가 “관건은 화약 관리”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한동안 ‘테러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누려왔지만, 이제는 (아베 전 총리 피습처럼) 자국민에 의한 ‘자생 테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VIP 등 주요 요인에 대한 경호 강화, 테러 전문가 양성, 국가 테러 대응 체계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직접 눈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사제 총기를) 어떻게 조립하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당국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필터링하고 관련 영상을 삭제해야 한다”며 “(안전 관리) 규제를 도입할 때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을 갖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사 출신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공이·노리쇠(탄환의 발포·장전·운반 등에 쓰이는 부품) 같은 걸 부품별로 수입해 조립한 뒤 범행에 쓰곤 한다. 원활한 세관 적발을 위해 경찰청에서도 (검수 방법을 알려주는 등) 협조한 것으로 안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사제 무기 중 특히) 총포 테러를 막으려면 화약이 관건이에요. 화약만 제대로 관리하면 사제 총 만들어서 쏘는 건 불가능해요. 그나마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화약 관리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더 정밀하게 법제화를 해서 허가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해요. 지금 몰래 반입되는 중국산 폭죽도 많아요. 살상력이 낮은 거라도 긁어모으면 세지니까 경계를 늦출 순 없죠. 오패산 사건에서도 범인이 폭죽에 쓰는 화약을 전부 수집해서, 조잡하지만 위력이 강한 총을 만들었으니까요.”
경찰청 총포화약계는 “합법적으로 만들어지는 화약류, 화공 물질은 양도·양수 및 판매 등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본청에서는 월 1회 이상, 시·도 청에서는 분기별로 점검하고 화약류 저장 시설에는 도난 방지를 위해 청원경찰을 배치한다”며 “인터넷상 불법 총기·폭발물 게시물의 경우, 주로 해외 사이트에 많은데 상반기에만 2,000건 넘게 삭제 요청을 진행했다. 앞으로 집중 단속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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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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