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속 자이언트' 가능성..신흥국 채권펀드 13주째 자본이탈[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2022. 7.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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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쉐어 EM본드 ETF 자산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악
코로나 이후 유입된 패시브 자금, 더 빠질 수도
IIF 분석, 신흥국서 자본 유출 넉 달째 계속
개도국은 디폴트 우려..美보다 금리 먼저 올린 곳은 '양호' 전망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어느 하나 해결 고리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국제금융센터, EPFR)

신흥국 자본 유출 아직 끝나지 않아

국제금융센터와 미국 금융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채권 펀드에선 4월 21일부터 7월 6일까지 주간 단위 기준으로 11주 연속 자본이 유출됐다. 특히 채권 펀드에선 4월 7일~13일주부터 유출을 시작, 13주째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4월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밖에 올리지 않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며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형성됐던 시기였다. 그 뒤로 연준은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로 금리를 올린 후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견되고 있다. 가속화된 연준의 금리 인상에 이제는 ‘경기침체’까지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몰려 있는 악재에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흥국 달러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 JP모건 USD 이머징 마켓본드 ETF’의 순자산가치는 7월초 기준으로 84억달러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ETF는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카타르,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 등의 국채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채 금리 급등세에 국채 평가액이 급락하고 펀드에서 자본이 빠진 영향이다.

아이쉐어 JP모건 USD 이머징 마켓본드 ETF 순자산가치 흐름(파란색 선) 출처:마켓워치
코로나19 이후 신흥국으로 패시브 펀드 위주로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 부분이 자본 유출을 더 확대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패시브 펀드는 통상 경기 순응성을 보여 위기시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따라 패시브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온 신흥국은 향후 금융불안시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을 더욱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PFR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작년말까지 액티브 펀드로는 26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패시브 펀드로는 120억4000만달러가 들어왔다. 올 들어선 패시브 펀드로만 65억달러가 더 유입됐고 액티브에선 46억4000만달러가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패시브 펀드에선 자본이 덜 빠진 터라 추후 더 빠져나갈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흥국 펀드 뿐 아니라 직접 증권 투자금을 합한 액수로 따져봐도 자본 유출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450여개 민간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6월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은 총 4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순유출했다. 3월 이후 넉 달째 연속 순유출이다.

개도국서는 ‘디폴트 확산’ 우려…韓, 올 들어선 자본 유입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외환보유액이 점점 감소하면서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미 달러화 표시채권의 만기 도래 규모는 4월말 현재 3993억달러에 달한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선 하나둘씩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가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 레바논 등은 이미 디폴트를 선언했는데 이러한 디폴트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결과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반년 새 두 배가 늘어 19개국으로 확대됐다. 엘살바도르, 가나, 튀니지, 파키스탄, 이집트, 케냐,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으로 이들은 다른 나라보다 국채 금리(비슷한 만기 기준)가 10%포인트 이상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블룸버그는 상대적으로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과 같이 규모가 조금 더 큰 신흥국의 경우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너선 포춘 IIF 이코노미스트도 “앞으로 인플레 정점이 언제쯤 나타날 것인지, 중국 경제가 얼마나 살아날 것인지에 따라 글로벌 투자금의 향방이 엇갈릴 것”이라며 “신흥국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일부 신흥국의 경우 그리 큰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원화 가치가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10% 가량 하락하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긴 하나 코로나19 이후 작년 8월 첫 금리 인상을 시작해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한 대표국 중 하나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으로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은 120억달러 가량 순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경제와 연계성이 높고 국제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리스크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므로 향후 글로벌 리스크 심화로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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