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사회투자기금' 사유화 만연..환수방안 마련해야"
'유흥주점업' 등 사회적가치 무관한 의심 업체도 융자 받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사회적경제기업과 고용취약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이 그동안 사유화돼 방만하게 운영돼왔다는 시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12일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사회투자기금 관리·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사회적투자기금 융자 수행기관들의 대표와 임원들이 본인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 총 18회에 걸쳐 38억5400만원을 재융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투자기금은 고(故) 박원순 시장 임기 시절인 2013년 사회경제적기업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과 함께 조성한 기금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에 재입성한 이후 시는 해당 기금의 운용이 방만하게 이뤄져 왔음을 지적하며 감사를 예고했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기금의 관리·운용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다.
현재의 사회투자기금 사업은 서울시가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한 수행기관과 여신거래 협약을 체결하고 수행기관에 사업비를 무이자로 융자해주면 수행기관들은 사회경제적 기업 등에 3% 이하의 이자율로 재융자를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사위는 이번 감사결과 일부 수행기관들이 기관의 대표나 이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는 회사들에 자의적으로 재융자를 한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중 A씨의 경우 자신이 대표와 사외이사를 맡거나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수행기관 3곳을 통해 역시 본인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 두 곳에 모두 5회에 걸쳐 4억800만원을 재융자했다.
더욱이 이중 2억7800만원의 경우 A씨가 기금 수행기관에 대표와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재융자가 이뤄졌다. 당시 기금 수행기관 선정 공고문에 '이해관계 존재 시 환수 조치 조항'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시가 지난해 공개한 '서울시 사회주택사업 추진실태조사'에서도 기금수행기관을 통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기금 3억3100만원을 재융자한 사실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번에 확인된 내용을 포함하면 A씨 관련 기업에 재융자가 이뤄진 금액은 7억3900만원에 달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6명의 수행기관 대표 및 임원들이 18회에 걸쳐 자신과 관계가 있는 기업에 38억5400여만원을 재융자했다. 이에 대해 시 감사위는 "이 중 8건 9억3400만원은 수행기관 공고문 환수조치 조항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재융자하는 등 사회투자기금 전반에 걸쳐 기금 사유화가 만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감사결과 수행기관들이 자체적으로 '회원' 제도를 정해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융자혜택을 주고 비회원사들을 차별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수행기관은 출자금을 납입한 회원사에게만 융자금 대출을 시행하거나 회원 기업을 우대하는 조건으로 융자를 실행했다.
수행기관들의 자체적인 회원 융자 제도에 대해서도 시 감사위는 "시 기금을 해당 법인의 사업과 외연 확장에 이용해 서울지역 사회적경제기업 등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 기금 사업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지적사항들에 대해 감사위는 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내리고 이해관계 업체에 재융자된 금액을 환수할 방법과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비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결과에 대해 시는 이해충돌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해충돌 제재 조치를 마련했으며 회원모집 부당행위 금지 규정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재융자된 금액의 환수와 책임자 처벌에 관련해서도 "법률자문을 진행한 뒤 조치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이번 감사에서 감사위는 사회투자기금의 사업 지도·감독과 평가·관리가 대체적으로 부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는 기금 관리·운영의 직영체계가 마련된 2017년부터 매년 현장 실사를 했어야 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현장실사는 2회에 불과했다.
감사위는 이로 인해 수행기관의 자료제출 지연과 미제출, 자료검토 부실, 이해관계 업체로의 재융자 등의 부적정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재융자를 받는 업체들이 사회적 가치와는 무관한 부적정 업종에 융자금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장치가 취약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기금 수행기관으로부터 재융자를 받은 한 업체의 경우 등기상 업종에 '일반유흥주점업', '미술품 중개업' 등이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기금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
이외에도 감사위는 사회투자기금 관리·운용실태 전반을 확인한 결과 기금의 편중 운용, 수행기관들의 전문성 부족, 부실 및 장기 연체 채권의 증가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집었다. 특히 연도별 미회수 채권은 2013년 109억원에서 2021년 608억5600만원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부실 및 장기 연체 채권은 2021년 기준 30억1600만원이 이르고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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