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가치 지키면서 중국과도 협력해야"
'바이든 외교' 토대 마련한 학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에만 골몰해선 안 됩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circle) 속에서 민주적 가치나 다자주의 원칙을 견지하되 개별 국익에 관해서는 중국과 협상에 나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8일 본지 인터뷰에서 ‘격화하는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한국 외교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 브루킹스 연구소 주임연구원 등을 거친 아이켄베리 교수는 국제 관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강조해온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 역할을 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2008년부터 경희대에서 에미넌트 스칼라(석좌교수)를 맡아 국내 대학생들을 만나왔다. 이번 인터뷰도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이뤄졌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로서 경제·환경 등 각 분야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무역, 열린 토론, 법치, 다양한 계층 포용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로 세계가 직면한 21세기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였던 양자적이고 호전적인 접근보다는 보다 포괄적이고 조율된 접근을 추구한다”고 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국 등 세력 확대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대해 “나토의 확장 자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문제 해결에 있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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