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성학대 시달린 초등생 "동생 못지켜 미안"..울음바다 된 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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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성학대 피해로 힘들었을 텐데, 동생부터 챙기더라구요."
11일 경기 고양시 아동보호팀 임모 주무관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5학년 A양 학대 사건을 전담하면서 가슴을 쳤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보건복지부가 권장하는 전담 공무원 1명당 한 해 아동학대 피해조사 건수는 50건이지만, 고양시의 경우 아동보호팀(정원 8명) 1명당 10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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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공무원 "가족 먼저 챙긴 피해아동 안타까워"
정인이 사건 뒤 사회적 관심 고조로 신고 늘어나
“자신도 성학대 피해로 힘들었을 텐데, 동생부터 챙기더라구요.”
11일 경기 고양시 아동보호팀 임모 주무관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5학년 A양 학대 사건을 전담하면서 가슴을 쳤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A양과 6세 여동생은 거주지에서 1년 가까이 친부로부터 신체 접촉을 통한 성적 학대를 당했다. 이혼 가정이라 자매를 돌봐줄 엄마는 곁에 없었다.
자매의 학대 사건은 A양의 피해 사실을 들은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양은 피해 조치 등을 심의하는 사례결정위원회에 출석해 자신보다는 여섯 살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토로해 회의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임 주무관은 “A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가 무서워 용기를 내지 못했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며 “다행히 성폭행 시도는 없었으나, 학대 피해로 두 아이는 정서적 불안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50대 친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고양시가 지난달 내놓은 아동학대 피해 조사 결과는 심각했다. 지난해 11월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 아동학대 조사 업무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 지 9개월 만이다.
고양시 아동보호팀 피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양지역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20년 413건에서 지난해 769건으로 356건(86.1%) 늘었고,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도 407건에서 581건으로 174건(42.7%)이나 많아졌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348건(60%)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는 145건(25%)이었다. A양과 같은 성학대 사건도 58건(10%) 있었다. 피해는 사춘기를 겪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에게 집중됐다.
아동학대 신고가 폭증한 데는 2020년 1월 양부모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담 공무원들은 A양 사례처럼 “가족부터 챙기던 아동의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입을 모았다. 천수웅 아동보호팀 주무관에 따르면 중학생 B군은 작년 12월 친모로부터 “과자를 먹다 흘렸고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흉기 위협을 당한 뒤 경찰의 개입으로 부모와 떨어져 임시 보호소에 옮겨졌다. 결벽증이 있던 친모는 비슷한 문제로 B군을 자주 혼냈다. B군은 그러나 “엄마가 아파서 돌봐야 한다”고 사흘 만에 보호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천 주무관은 “열흘가량 머물며 재발방지책이 마련된 뒤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B군은 서둘러 귀가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담 공무원들은 현장 대응의 어려움과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보건복지부가 권장하는 전담 공무원 1명당 한 해 아동학대 피해조사 건수는 50건이지만, 고양시의 경우 아동보호팀(정원 8명) 1명당 100건이 넘는다. 일부 군소 지자체는 공무원 1명이 한 해 200건이 넘는 학대 신고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지자체가 가해자 강제 소환권이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정현석 고양시 아동보호팀장은 “전담 공무원 인력 부족은 조사의 질을 떨어뜨려 숨겨진 피해 아동 발굴과 밀도 있는 조사, 피해 아동 지원 조치에 허점이 생기게 한다”며 “아동구조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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