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 룩셈부르크처럼? "대중교통 무료화 외 승용차 억제책 필요"
시장 "출퇴근 정체,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로 풀 것"
전문가들 승용차 억제책 동반돼야 '무료화' 효과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 위해 최민호 세종시장이 전국 최초로 내건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공약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거나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촘촘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버스노선 개편 등 대중교통 효율화를 위한 용역 연구 2건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전임 시장 때 발주한 용역 조사 범위에 전면 무료화를 위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하반기에 나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처음 추진되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설계된 세종시는 ‘자가용족’ 때문에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짜? 그래도 버스 탈 사람 없어”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는 소득, 연령과 무관하게 관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충남도가 전국 처음으로 어린이, 청소년의 시내버스 무료 요금제를 4월부터 시행, 주목받았지만 세종시가 추진하는 정책은 이를 능가한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노선 운영비는 608억 원으로, 중 승객이 낸 요금은 174억 원”이라며 “부족분(434억 원)을 시가 부담했던 만큼, 승객이 낸 요금 부분만 시가 추가 부담하면 전면 무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특별·광역시와 달리 철도가 없는 세종시의 대중교통은 사실상 버스가 전부다. 현재 관내 58개 버스 노선 중 민간 운수사(세종교통)가 12개, 세종도시교통공사가 46개 노선을 운용하고 있다. 전체 노선에 투입된 버스는 310대다. 최 시장은 “이미 충북 청주, 경기 화성 등 일부 도시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제고해 승용차 운행을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료화 수준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예산 낭비 요인을 찾아내 예산을 버스 운영 쪽으로 돌린다면 무료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전면 무료화를 통해 세종의 승용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는 30분을 가야 하는데 승용차 이용자들이 버스로 넘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버스 요금(성인 기준 1,400원)을 면해준다고 해도 자가용을 집에 놓고 출근길에 오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세종의 1인당 총급여액은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4,520만 원으로, 전국 평균(3,830만 원)을 크게 상회한다.
승용차보다 편한 대중교통 돼야
실제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 분담률은 45.4%로 7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다. 7개 특별·광역시 평균은 30.4%다. 또 버스의 수송 분담률은 7.3%로 7개 대도시 평균(20.1%)의 3분의 1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 문제를 풀기 위해선 대중교통이 승용차 이용자를 흡수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국 최초의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료 요금 외에도 고도화된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행정수도기획단 교통분과 위원장을 지낸 임승달 강릉원주대 명예교수는 “애초 세종시는 승용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든, 대중 교통 중심의 도시”라며 “대중 교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승용차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심한 굴곡도의 버스 노선을 전면 재조정하고 배차 간격도 10분 이내로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시내에선 웬만한 곳으로 승용차로 이동하는 데 20분이면 족한데, 대기 시간만 20분인 버스를 누가 타겠냐는 것이다.
승용차 이용 억제책 동반 필요
이와 함께 불법 주정차 단속, 주차 요금 부과 등 승용차 이용을 억제할 수 있는 채찍도 동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세종에서 각종 일을 보면서 이용하는 차량의 주차요금을 따로 지불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승용차 천국이다. 그러나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의 주요 도시들은 대중 교통 무료화 정책과 함께 강력한 승용차 이용 억제책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와 함께 세종시가 2030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가량 많은 인구의 도시로 성장할 것인 만큼, 보다 촘촘한 계획 아래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도시 완성 시점 도래에 따른 인구 증가, 노선 증가가 예상되고, 무료화한 것을 유료로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인 만큼 세종시의 재정 상황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잠행' 이준석 백기 드나…가처분신청 대신 '징계 수용' 가닥
- 136채 매입해 전세금 300억 떼먹은 '세 모녀 사기단'
- 이효리, 긴 머리 자르고 스타일 변신…이상순과 '전참시' 등장 예고
- "집 안 팔려 우울증 걸릴 판" 주택시장 곳곳서 '악' 소리
- 날아온 쇳덩이가 승용차 관통, 탑승 일가족 살았다 '천운'
- "'이준석 쳐낸다'는 소문 작년 말부터 돌았다"
- "손님들이 작당해 여성종업원에 '아이스' 섞은 술 먹여"
- '3D 프린터 유령총', 총기 청정국 한국 위협한다
- 코로나 재확산인데...진료비·약제비 본인부담금은 이제 환자가
- “미국 유학으로 ‘노는 물’ 바꿔준다? 자식 인생 망치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