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재심 도전, 군산 승룡호 납북귀환 어부 유족들.."우린 무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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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건 무죄뿐입니다."
고(故) 서창덕씨 등 5명의 납북귀환 어부에 대한 서울고법의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진 지난달 23일, 서씨의 아들 진석씨 등 유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서씨 등 선원 5명이 갑작스레 경찰에 끌려간 것이다.
2020년 서씨 등과 같은 날 연행돼, 같은 경찰수사관에게 취조당한 또 다른 납북귀환 어부 이양일 송기산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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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찬양·고무 혐의' 아직 유효해
'승룡호' 동승 선원 유족들, 함께 재심청구 나서
한날 납북어부 조사..2명은 무죄·5명은 기각
"우리가 원하는 건 무죄뿐입니다."
고(故) 서창덕씨 등 5명의 납북귀환 어부에 대한 서울고법의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진 지난달 23일, 서씨의 아들 진석씨 등 유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허위진술을 받아 내기 위한 불법수사와 십수 년간 옥살이의 억울함이 씻겼다는 환희가 아니었다. 불법의 책임을 '돈'으로 배상하라는 판결에도, 여전히 그들에겐 '북한 찬양·고무죄'의 굴레가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피랍된 것도 억울한데…귀환 이유로 '간첩' 몰린 어부들
이들의 사연은 1967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해 5월 연평도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에 억류됐던 전북 군산의 선적 승룡호가 9월 귀환했다.
사달은 귀환 2년 만인 1969년 1월 터졌다. 서씨 등 선원 5명이 갑작스레 경찰에 끌려간 것이다. 며칠간의 조사가 이어졌고, 이들에겐 북한을 찬양하고 고무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서씨 등은 재판을 받으며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서씨는 물론, 재판에 넘겨진 선원 모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84년 서씨에게 '북한에 첩보를 제공해 왔다'는 혐의가 추가됐다. 서씨에겐 징역 10년 형이 추가됐다.
아들 진석씨는 "간첩 아버지를 둔 적 없으니 나타나지 말라"고 외쳤다. '빨갱이'라는 멸시와 따돌림, 지독한 경찰 감시에 유족들은 몸서리를 쳤다.
법정서 허위자백 주장했는데…"증거부족" 재심 기각
서창덕씨는 수십 년이 흐른 2008년에야 재심으로 첩보 제공의 죄를 씻을 수 있었다. 진석씨는 "아버지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들아, 넌 간첩 아버지를 둔 적이 없다"는 아버지 말에 아들은 "이제라도 누명을 벗기는 데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간첩죄는 무죄가 됐지만, 여전히 찬양·고무죄의 '주홍글씨'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처음 재심 신청을 한 건 2013년이었다. 법원은 당시 공판조서만으론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상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새 증거'가 없는 한 재심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같은 수사관 취조받은 당사자들 무죄판결 받았는데…법원 "재심청구 기각"
2016년 유족들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검찰이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납북귀환 어부들을 구속수사하라'며 군산경찰서에 지침을 보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법원은 "불법체포와 구금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는 했지만, 재심 사유가 안 된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유족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2020년 서씨 등과 같은 날 연행돼, 같은 경찰수사관에게 취조당한 또 다른 납북귀환 어부 이양일 송기산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유족들은 이들 판결문을 세 번째 재심청구의 증거로 제출했다.
1심 법원은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다시 "재심할 만큼의 증거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세 번째 도전도 그렇게 무산됐다.
네 번째 재심 도전 "몇 번이고 재심 청구할 것"
유족들은 "얼마나 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석씨는 "불법체포와 고문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는데 무죄를 못 준다면 그건 국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최근 네 번째 재심에 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승룡호에 같이 탑승했던 선원의 직계가족을 찾아 증언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승룡호의 선장이었던 고 박상돈씨의 딸은 "아버지를 고문한 경찰수사관은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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