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평가 60%' 尹의 위기.. 20대 잃고 보수까지 콘크리트 지지층 흔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암초를 만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면서다. 역대 대통령을 어렵게 했던 부패 스캔들이나 광우병 파동 같은 대형 이슈가 없음에도 집권 초기에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건 이례적이다. 반복되는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 탓만 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와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여당 상황이 얽혀 '복합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콘크리트 지지층? 보수가 흔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5%, 부정 평가는 60.8%로 나타났다. 첫 '데드크로스'가 집계됐던 2주 전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46.8%)는 12.3%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47.4%)는 13.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주 사이 가장 큰 변화는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보수'가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부정 평가(22.0%→41.7%)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32.5%→46.5%)과 대구·경북(36.0%→48.5%), 부산·울산·경남(44.6%→60.6%)에서 부정 평가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3·9 대선,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던 20대(44.2%→68.7%)도 부정 평가가 매섭게 늘어났다.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4∼8일)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0%였다.
尹의 복합 위기… '공정과 상식' 브랜드 훼손
전문가들이 꼽는 지지율 하락의 첫 번째 원인은 인사 난맥상이다. 전날 자진사퇴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포함해 장관급만 4명이 낙마했다. 또 검찰 출신 중용, 사적 인연에 의한 천거가 두드러졌던 인사 스타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창선 정치 평론가는 "측근·지인 위주의 폐쇄적 인사 운용에 대한 비판이 처음부터 제기됐고, 인사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윤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실망이 분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직설 화법과 메시지 관리 실패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각종 지적이 나올 때마다 "문재인 정부보다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응한 게 역효과를 불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들의 지적에 '전 정부보다 낫다'는 답만 돌아오면 답답하지 않겠느냐"며 "대형 이슈가 없어도 부정 여론이 빠르게 확산된 건 국민들이 화를 내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랐던 김건희 여사의 '사적 보좌' 논란, 지인 자녀와 인척의 대통령실 근무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보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공정과 상식' 가치를 허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논란이 나와도 무조건 감싸니 국민 눈높이에서 상식적으로 보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경제위기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권 투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의 평가가 싸늘해졌다. 자중지란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윤 대통령이 권력 핵심그룹이나 2인자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의 내홍에 대해 일정한 가르마를 타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대통령의 변화 보여주는 게 해결책"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단기간에 지지율을 반등시킬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비호감 대선'을 치르면서 비판적 지지층이 많았던 데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팬덤이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면서 "지지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에 위기를 방치하면 장기화될 우려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심각하게 여기고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새 정부가 어떻게 나아갈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익숙하고 편한 사람 대신 객관적 시각을 가진 사람을 중용해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교수는 "윤 대통령이 다른 의견도 포용하며 변화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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