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유값 61% 올린 bhc치킨.. 점주들 비명

송혜진 기자 2022. 7. 12.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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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해바라기유 기습 인상에.. "식용유값 월 200만원, 튀길수록 적자"
작년 영업이익률 32% bhc치킨
"우크라 전쟁 탓 어쩔 수없다"지만 경쟁사 교촌·BBQ는 14~33% 인상
점주들 "투잡 뛰거나 장사 접을 판.. 본사 고통분담 의지 없어 더 화나"

경기도 고양시에서 bhc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가 다르게 뛰는 원료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15㎏ 한 통에 9만원 정도 하던 식용유 값이 거의 15만원으로 오르면서 기름값만 한 달 200만원이 넘게 나온다”며 “남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손해가 나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가 지난 1일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4만6025원으로 올려 논란을 빚었다. 단 하루 만에 가격을 61%나 올린 것. 회사 측은 7일부터 공급 가격을 다소 낮춰 12만5750원에 팔고 있지만 여전히 이전에 비해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bh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해바라기유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의 약 50%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교촌·BBQ 같은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튀김유 값을 올리긴 했지만 bhc만큼 인상 폭이 크진 않다. 프랜차이즈 치킨점들은 튀김유를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한다.

◇하룻밤에 60% 오른 식용유 값… 치킨집은 운다

경북에서 5년째 bhc 치킨 가맹점을 하는 B씨도 한 달 80만원도 넘게 뛴 식용유 값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는 “본사가 공급하는 가공 튀김유 가격을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bhc 본사가 매장에 공급하는 식용유는 롯데푸드가 가공·납품하는 제품”이라며 “같은 제품을 쓰는 SPC는 가맹점주에게 7만원대에 공급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bhc 본사는 ‘우리 제품이 전용 튀김유라 더 비싸다’고 하지만 같은 제조사에서 납품하는 같은 식용유 가격이 왜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는지 설명 못 하더라”고 말했다.

폭등한 튀김유 값을 감당하기 힘든 점주들 중에는 대리기사·택시기사로 투잡을 뛰는 이들도 생겼다. 서울 은평구에서 가맹점을 해오던 한 점주는 “하루 종일 닭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 밤엔 대리기사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인건비에 튀김유 값까지 오르니 못 버티겠다”며 내놓는 bhc 가맹점 매물들이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bhc 본사 관계자는 “국제 해바라기유 가격이 급등해 어쩔 수 없었다”며 “국제 공급 가격에 따라 가격을 계속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해바라기유 가격은 작년 5월 t당 1106달러에서 올 5월 2376달러로 배 넘게 올랐다가 7월 1611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bhc에 해바라기유를 공급하는 롯데푸드 측은 “해바라기유 값이 작년 말보다 아직 30% 정도 비싼 상태”라고 했다.

◇가맹점주들 “본사도 일부 감당해야”

가맹점주들은 “코로나 터널을 힘겹게 지나온 점주들을 위해 본사가 식용유 가격 인상분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점주는 “본사가 작년 역대급 실적을 거뒀고 엄청난 영업이익률을 거뒀음에도 고통 분담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본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60개의 부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에 대한 모든 비용은 그동안 본사가 떠안았다”면서 “올해 6월까지 기름 값이 오른 것에 대해서도 본사가 다 감당하다가 7월 1일에 와서야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bhc는 매출 4771억원, 영업이익 153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32.2%를 기록했다. 국내 업계 최고일 뿐 아니라 구글·애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교촌치킨은 매출 4935억원, 영업이익 2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7%, BBQ치킨은 매출 3624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6.8%를 각각 기록했다.

교촌과 BBQ치킨도 가맹점용 튀김유 가격을 올렸지만 인상 폭은 bhc보다는 크게 낮았다. 카놀라유를 쓰는 교촌치킨은 작년 말 전용 튀김유 한 박스(16.5㎏) 가격을 14% 올려 5만9400원(부가세 포함)에 공급하고 있다. 올리브유를 쓰는 BBQ치킨도 지난 4월 튀김유 가격을 33% 올려 한 통(15㎏)에 16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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