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4차접종 받아야" 시민들 "굳이 왜".. 백신 딜레마

안준용 기자 2022. 7. 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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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 본격화.. 4차 접종률은 제자리
오미크론 하위변이 돌파감염 늘자
"또 맞아봤자 다를거 없다" 회의론
잇단 접종 요구에 피로감도 커져
해외선 전파력 더 강한 변이 출몰
당국 "4차접종이 사망위험 줄여줘"
60세 이상 사전예약자에 대한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4월 25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 재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백신 4차 접종’ 확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증 환자를 줄이려면 현재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4차 접종 참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 사이에 “백신 맞아도 소용없더라”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 백신이 현재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 등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엔 인도⋅미국⋅일본 등 10여 국에서 또 다른 하위 변이 BA.2.75가 발견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BA.2.75는 BA.5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11일 오후 9시 기준 국내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3만5805명. 1주 전 같은 시각(1만7146명) 대비 2배로, 일주일 이상 이른바 ‘더블링(doubling)’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정체 상태다. 4차 접종은 60세 이상의 31.8%만 마쳤다. 3차 접종의 경우, 60세 이상은 접종률이 약 90%에 이르지만 50대 80%대, 20~40대는 50~60%대에 머문다. 전문가들은 “1차 접종 때부터 쌓인 백신 피로감에 더해 ‘BA.4′ ‘BA.5′ 등 돌파 감염을 일으키기 쉬운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속출하면서 백신 거부감이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울산에 사는 이모(62)씨는 “주변에 3차 접종까지 받고도 돌파 감염된 사람이 많고 4차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접종 후유증·부작용까지 감수하면서 굳이 4차 접종을 받고 싶진 않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또는 자연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은 최대 3~6개월밖에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4차 접종 확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확산 중인 BA.5 변이에 기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긴 해도, 감염 시 중증화와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고위험군은 접종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중증화율은 작년 7월 2.22%에서 지난 5월 0.14%까지 떨어졌는데,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과 함께 백신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도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독려하면서 대응 중”이라며 “BA.5 변이는 예방접종을 받아도 감염될 가능성이 크지만, 접종에 따른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유효하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애초 4차 접종 대상인 ‘60대 이상’ 중 80대 이상에만 접종을 적극 권고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중증·사망 환자를 줄이려면 60대 이상 접종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주일 전 같은 요일 대비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doubling)’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대구광역시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한 시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젊은 층까지 추가 접종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BA.5는 돌파 감염이 잘되는 반면,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젊은 층의 접종은 실익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4차 접종의 주 대상은 60세 이상, 면역 저하자 등으로 하고, 이 외의 경우에는 접종을 원하면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방역 정책을 조언하는 민간 전문가 회의체인 ‘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는 11일 4차 백신 접종 확대 여부를 포함해 ‘코로나 재유행 대비·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기석 위원장(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모두 발언에서 “이제 전파를 차단하는 것보다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중증·사망화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의료 대응 측면에서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13일 방역 당국이 방역·의료 체계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넓히고, 적극 접종 권고 대상을 80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진자의 7일간 격리 의무 지침은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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