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적자 지방공항 24개까지? 단체장 바뀌자 '통폐합' '신설' 재점화

박은경 2022. 7. 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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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포항과 통합공항으로 돌파구 "현실성 의문" 
광주·무안공항 통합 제자리.. 가덕도 공항 적자 예상
신설 추진 공항 10개 "지금도 만성적자..재검토해야"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민선 8기 시정 방향에 대한 질의응답 중 울산공항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새 지방정부 임기가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지방공항 문제가 또 다시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들에게 지방공항 문제 해결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 등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코로나19까지 겹쳐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만성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공항의 현실과 지역간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소모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울산시장 "신라권 통합공항 추진"

민선 8기 지자체 중 공항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 한 지역은 울산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과제가 되더라도 경주·포항을 아우르는 신라권 통합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륵’ 취급을 받고 있는 울산공항과 인근 포항공항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김 시장의 이런 구상은 울산공항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실제 1970년 문을 연 울산공항은 한때 연간 이용객이 120만 명에 달했으나 2010년 KTX울산역 개통 이후 5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600여억 원에 달한다. 활주로가 국내공항 중 최단 길이인 2㎞(전국공항 평균 2.8㎞)에 불과해 이착륙 불안정으로 인한 결항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포항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포항시 측은 “이달 14일 공항 명칭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바꾸는 등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뜬금없는 얘기”라며 “울산에서 제안이 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서로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려고 할 텐데 가능하겠느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자칫 지역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산(맨 왼쪽) 무안군수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2018년 8월 20일 전남도청에서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공항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무안군 홈페이지

민선 7기 무안통합신공항도 갈등만 빚다 무산

울산과 같은 사례가 4년 전에도 있었다. 민선 7기 시작 직후인 2018년 8월 광주광역시와 전남도, 무안군은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공항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한꺼번에 넘겨주려는 광주시와 민간공항만 받으려는 전남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강기정 광주시장에 새로 당선되면서 논의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쪽이 통큰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접점을 찾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국공항 현황. 그래픽= 강준구 기자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 계획 필요

자신들이 속한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방정부들은 기존 공항 통합과 신공항 건설 등 저마다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 14곳 가운데 13곳이 2,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는 제주공항이 유일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른바 '빅4'로 꼽히는 김포·제주·김해·대구를 제외한 10개 공항이 적자였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 면제를 조건으로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짓기로 확정한 데 이어 전북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기본계획도 지난달 30일 확정·고시했다. 두 지역 모두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과 입김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공항을 포함해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만 전국적으로 10개에 달한다. 수년 내 국내 지방공항만 20개가 넘게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울산만 해도, 차나 기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2028년과 2029년 개항한다. 신라권 통합공항 추진을 두고 중복투자 등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방공항 문제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에 맡겨두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내항공 수요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고, 국제항공 역시 수요가 더 늘어나도, 현재 공항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정치 논리에 떠밀리지 말고 실질적인 수요를 파악해 지금이라도 공항 신설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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