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하고 압박하고.. 우버는 철수, 타다는 기소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 된 한국
택시업계 "결사 반대" 시위하자 정치권은 눈치보며 규제법 통과

택시와 유사한 운송 서비스 시장에는 2013년 우버를 시작으로 2018년 타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나왔다. 기존 택시 산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대로 줄줄이 사업을 접었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2013년 8월 택시 면허 없이도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한국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이듬해 서울시가 우버를 ‘불법 콜택시’로 규정한 데 이어, 검찰이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최고경영자)를 불법 영업을 이유로 기소하는 등 잡음이 커지자 우버는 2015년 3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버렸다.

우버·타다 논란 일지

2018년 10월 다음 창업주 이재웅이 설립한 쏘카의 자회사가 11인승 승합차(카니발)를 활용한 ‘타다 베이직’을 내놨다. 대형 승합차와 기사를 빌려주는 렌터카 형태여서 택시 면허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법의 예외 조항을 활용한 사업이었다. 승차거부 없이 편리한 서비스로 1년 만에 100만 이용자를 모았다. 그러자 택시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9년 5월 타다 퇴출을 외치며 택시기사가 분신한 일도 있었다. 같은 해 국회는 10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검찰은 ‘허가받지 않은 콜택시’라며 이재웅 쏘카 대표를 기소했다. 2020년 2월 법원이 타다 서비스가 합법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다음 달(3월) 타다금지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여객운수법이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진흥법이라며 “타다 같은 혁신 서비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정법은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예컨대 사업자는 택시 사업자처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매출 5%를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사업자는 3곳으로 운행 대수는 500대(업계 추정)에 불과하다. 이전 타다 베이직의 3분의 1 수준이다.

개정 여객운수법을 통해 카카오 블루와 같은 플랫폼 가맹 택시, 카카오 벤티·아이엠 택시 등 대형·고급 택시도 합법화되긴 했다. 하지만 카카오 블루는 3000원의 추가 콜비(호출료)를 내야 하고, 대형·고급 택시는 낮에도 일반 요금의 최대 4배까지 요금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택시 요금만 비싸진 셈이다.

법인택시를 모는 신모(64)씨는 “정치권이 택시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기사들 처우는 오히려 나빠지기만 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의 월 평균 수입금은 지난해 기준 169만4000원(서울연구원 조사)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한국 택시 산업은 일본처럼 고급화되지도, 미국처럼 우버의 무제한 공급을 통한 치열한 시장 경쟁 모델을 도입하는 데도 모두 실패했다”며 “택시요금을 인상하거나 승차공유 서비스 확대하는 등 시장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현재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