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우버 진입 막더니.. 혁신 거부가 부른 '택시대란'
법인기사 떠나고 개인택시는 고령화.. 결국 시민불편 '부메랑'
지난 9일 밤 12시 30분 부산광역시 서면 일대. 회사 동료와 저녁 술자리를 끝낸 김모(37)씨는 영도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느라 1시간 가까이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카카오T 같은 스마트폰 앱을 열어 택시를 호출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평소 1만5000~1만8000원이면 집까지 가지만, 요금이 3만원인 택시를 불렀는데도 한 대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송모(50)씨도 지난 8일 밤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택시 잡기 무서워서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저녁 자리를 끝낸다”고 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시민들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택시 대란’이 전국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택시 산업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급속히 도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고령화되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수입도 좋은 배달 플랫폼이나 택배업 등으로 떠나버리면서 택시 산업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 채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IT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혁신 모빌리티’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기존 택시 산업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이런 변화를 조기에 차단했다. 2013년 도입된 ‘우버’는 서울시가 ‘불법 콜택시’라고 규정하자 한국에 진출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철수했다. 2018년 출시된 ‘타다 베이직’은 승합차와 기사를 빌려주는 렌터카 형태의 승차 거부 없는 서비스를 하면서 1년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모았다. 하지만 국회는 2020년 3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이 서비스를 막았다. 하지만 정치권이 보호하려 했던 택시 업계는 최근 휴업하는 법인택시 회사들이 나오는 데다, 개인택시 역시 수입이 적다며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혁신을 거부한 결과가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이어져 시민 불편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기존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모빌리티 모델을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등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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