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6> 전시기술 답보와 대중 의식변화
- 1964년 열린 비공인 뉴욕박람회
- 360도 스크린·관람석 리프트 업
- 새로운 연출 전시관 획기적 변화
- 이후 반세기 동안 기술발전 멈춰
- 미디어 공간 확산 속 존립 위험
- 환경 악화에 박람회 취소 잇따라
- 행사 슬림화로 생존 도모했지만
- 투자 없인 비일상적 체험 불가능
- “가능한 싸게” 인식이 쇠락 불러
■세계박람회 전시 기술의 답보 상태
세계박람회도 분명 여러 가지 대응을 해왔고, 새로운 전시 기술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급속히 진행되는 환경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히 말하면, 전시 구상·기술은 모두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 때와 거의 바뀌지 않았고, 세계박람회 전시 수준의 발전은 37년 전에 멈췄다.
실제로 최근 대형 박람회인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에서도 혁신적인 전시는 보이지 않았고, 연출기법과 전시 기술 수준도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와 동일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예전에 월트 디즈니가 등장했을 때와 같은 기술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9세기 세계박람회=제1세대 세계박람회’에서 ‘20세기 세계박람회=제2세대 세계박람회’로 전환한 것이 1930년대였다.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에서 노만 벨 게데스가 설계한 GM관의 ‘퓨처라마’가 상징하는 공간 연출의 구상과 기술이 확립됐고 “메시지의 체험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러한 “이야기를 공간 체험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새롭게 도약한 것이 비공인 세계박람회인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였다.
월트 디즈니사의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를 비롯해 멀티 영상, 전천주 영상, 라이더, 라이브 퍼포먼스 등 새로운 전시 연출기술이 세계박람회 전시관의 광경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15개면 멀티스크린, 360도 원형 스크린, 영상과 인간의 콜라보레이션, 관람석의 리프트 업 등 시중에는 단면 스크린 영화관밖에 없던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 표현에 도전했다. 현재 계속되는 제2세대 세계박람회 전시연출 기술의 기틀을 다진 것이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였다. 이 세계박람회부터 전시관의 스타일이 과거 ‘박물관형’에서 ‘테마파크형’으로 바뀌었다.
‘영상박람회’라고 평가받았던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 또한 21세기의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 등도 원형을 거슬러 가면 이 세계박람회에 도달한다. 달리 말하면, 세계박람회 전시관의 연출을 지탱하는 기술의 근간은 반세기 전 그대로이고,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활권내 여러 시설이 대형 영상과 공간 엔터테인먼트 등의 전시관형 연출을 적극 도입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박물관, 전시관형 테마파크 등 고품격 미디어 공간이 대중사회에 침투하면서 세계박람회만의 독특한 기술이었던 공간 연출이 일상에 확산되는 반면, 세계박람회의 전시 표현 기술은 답보 상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세계박람회 전시관의 전시에서 ‘비일상’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박람회의 가치를 지탱해온 ‘관람 체험의 비일상성’ 감소는 존립 기반과 관련되는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이 지금 돌이킬 수 없게 진행되고 있다. 하노버세계박람회까지는 세계박람회에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후, 세계박람회는 눈에 띄게 후퇴해 현재는 “예전에 없던 체험”의 창조는 절망적일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대중의 시선과 의식 변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일 것이다. 물론 세계박람회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가 간 프로젝트여서 이해득실만 가지고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교류’도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참가국에 최대의 동기는 역시 국가 브랜딩 홍보 효과다.
관람객 수라는 양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이다. 당연히 “개최국의 대중사회에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투하 자금에 걸맞은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계박람회라면 좋을 것이다.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계박람회는 곤란하다. 또 하나는 개최국의 시장 가치다. 최근에 ‘의리상 교류’를 적당히 하고 있던 선진국이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에 비교적 큰 예산을 투입한 것은 분명히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최초로 개최한 세계박람회에 열광하는 중국 사회에 첫선을 보이는 의미와 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세계박람회를 둘러싼 사회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은 세계박람회 관계자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세계박람회에서 제공하는 오락을 천진난만하게 즐기던 시민도 의식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박람회가 정식 공인 후에 개최 중지가 되는 것은 자주 있는 사태로, 결코 드문 일은 아니다. 예를 들면 1992년 세비아세계박람회와 동시에 개최하기로 정식 공인받았던 1992년 시카고세계박람회가 개최를 포기했다. 재정문제 등을 발단으로, 현지에서 반대의 기운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1992년 시카고세계박람회와 함께 가장 충격적인 취소는 1989년 파리세계박람회였다. 에펠탑의 1889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혁명 100주년을 기념했던 프랑스가 1989년에 계획한 혁명 200주년 기념행사였다.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인을 받고 실무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중지됐다. 이유는 ‘신도심 개발’로 방향 전환이었다. 가설의 세계박람회에서 ‘미래도시’를 전시·발표하는 대신에, 미래지향의 현실적인 신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랑다르슈(신 개선문)를 상징으로 한 신도심이 생겼다. 또한 1995년에 2개 도시 동시 개최가 결정되었던 비엔나와 부다페스트도 개최권 반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환경 파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사회문제가 되어, 비엔나시가 주민투표를 했다. 결과는 찬성 35.1%, 반대 64.8%로 참패했다. 부다페스트도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도 시의회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시민의 반대 목소리가 커져 국제박람회기구의 개최 승인 2년 후 1992년에 주민투표를 했다. 60%가 넘는 높은 투표율로, 찬성 51.5%, 반대 48.5%라는 박빙의 승부였다. 이렇게 되면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고, 계획도 대폭 수정하게 됐다. 그 후에도, 2004년 센생드니세계박람회(파리 교외)가 개최권을 반납했다.
최근 2020년 10월에 아르헨티나가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따른 금융 위기로 2023 부에노스아이레스세계박람회 개최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하노버세계박람회 이후 세계박람회의 열광이 크게 하락한 것은 세계박람회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세계박람회의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최환경의 악화로 협약 개정
국제박람회 협약이 개정된 1988년은 세계박람회에 역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는 “세계박람회는 낭비이며 필요 없다”는 시민의식이 대두되고 개최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와 개최권 반환이 잇따른 악몽 같은 시대였다. 1980년대 말에는 미국이 연방정부 예산을 동결하고 1989년에는 소련 해체의 서곡이라 할 수 있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1989년 파리, 1992년 시카고 등 공인되었던 세계박람회가 차례로 취소됐다. 국제박람회기구는 세계박람회를 둘러싼 환경이 날로 악화함에 따라 협약을 개정해 종류와 기간, 개최 간격을 변경하고 슬림화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했다. 결국 “가능한 싸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 판단은 합리적이었다고 해도, 한편으로 가장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거리 엔터테인먼트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세계박람회 전시관의 상대적 우위가 점점 하락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거리의 ‘미디어 공간’은 영구시설이며 이쪽은 임시 가설이라는 것이다. 디즈니랜드의 경우 하나의 어트랙션에 1000억 원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박람회의 매력을 지탱해온 것은 ‘놀라운 체험’과 ‘관람 체험의 비일상성’이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은 역시 무리라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박람회의 약화가 결정적이 된 배경에는 이 “최대한 싸게 하자”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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