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악은커녕 이롭다는 '사랑벌레'.. 도심 속 곤충, 박멸만이 답일까
인천=이미지 기자 2022. 7. 12. 03:03
도심 출몰 곤충떼 오해와 진실
1년간 지하서 애벌레로 서식하며, 나뭇잎 분해하고 식물 생장 도와
생애 마지막 3∼5일 지상 짝짓기.. 도시 개발 탓 곤충 출몰 더 잦아져
무조건적 박멸보다 습성 파악 먼저.. 생태교육 통한 공존 방식 모색해야
1년간 지하서 애벌레로 서식하며, 나뭇잎 분해하고 식물 생장 도와
생애 마지막 3∼5일 지상 짝짓기.. 도시 개발 탓 곤충 출몰 더 잦아져
무조건적 박멸보다 습성 파악 먼저.. 생태교육 통한 공존 방식 모색해야
“며칠만 기다리면 금방 죽고 사라질 텐데 안타깝네요.”
8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실에서 변혜우 연구관이 알코올에 담긴 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간 등 부분을 제외하면 온몸이 새까만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곤충. 최근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일대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슈가 된 플래시아속(屬) 털파리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하느라 며칠간 암수가 붙어서 날아다녀 ‘사랑벌레(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별칭만 들으면 사랑스러울 것 같지만 생김새와 많은 개체 수 탓에 이 곤충이 출현한 지역 주민들은 혐오감을 호소했다. 며칠간 이 곤충과 관련된 기사 제목에는 ‘습격’, ‘출몰’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지자체가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에 나섰다. 그런데 과연 사랑벌레는 그렇게 위협적인 곤충일까.
○ 유익한 곤충인데…생김새 때문에 박멸
국립생물자원관은 유전자 분석과 생태환경 조사 시행 후 올해 나온 러브버그를 자생종으로 결론 냈다. 기존에 알려진 국내 자생종 2가지와 생태적으로 유사한 새로운 종의 털파리로, 쉽게 말해 ‘토종 곤충’이란 뜻이다. 기본적으로 자생종이기 때문에 우리 생태계에 위협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게 이로운 ‘익충(益蟲)’에 가깝다. 변 연구관은 “털파리류는 애벌레 때 1년간 땅 속에 살면서 나뭇잎을 먹어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을 먹으면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며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여기는 털파리 성충은 활동하는 생육 기간이 단 3∼5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암수가 짝짓기를 하고,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장 죽는다. 암컷도 알을 낳으면 수명을 다한다.
그래도 검은색 벌레가 갑자기 대거 나타나면 징그러울 수는 있다. 올해 갑자기 이들 개체수가 급증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유달리 길었던 올해 봄 가뭄과 이들의 서식지가 민가와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털파리들은 습도가 맞아야 성충이 되어 나오는데, 긴 가뭄으로 인해 그 시기가 미뤄지다가 장마 직후 떼 지어 성충이 됐다는 것이다. 마침 이들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민가와 인접해 불빛 혹은 먹이를 따라 대거 민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어느 쪽도 러브버그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변 연구관은 “모르는 곤충이 갑자기 떼로 나오니 재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곤충 입장에서는 1년 동안 기다리다 생애 마지막 며칠간 짝짓기를 하러 지상에 올라온 것뿐인데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 “살충제가 더 유해”… 생태친화 교육 필요
갑자기 출몰한 곤충이 화제가 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해충이라 방역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익충이거나 인간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인데도 그저 ‘벌레’라는 이유로 혐오와 박멸의 대상이 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말이다.
곤충을 오래 연구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은 “곤충을 방제와 박멸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이들의 생태를 이해한다면 굳이 박멸하거나 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나타난 러브버그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곤충이 많이 출몰한 곳이 건물 외부일 때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내부일 때는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만 했어도 됐다는 것이다. “무해한 곤충을 잡겠다고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사람에게 더 유해하지 않겠어요?” 이 소장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곤충이 갑작스레 대거 나타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도시개발로 인해 인간이 야생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단계부터 지역 생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잘 이뤄져야 ‘제2의 러브버그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결국 곤충 등의 자연을 혐오가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친숙해지는 생태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 연구관은 “어릴 때부터 곤충을 봐온 제 아이들은 곤충을 전혀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며 “곤충과 맞닥뜨리는 것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실에서 변혜우 연구관이 알코올에 담긴 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간 등 부분을 제외하면 온몸이 새까만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곤충. 최근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일대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슈가 된 플래시아속(屬) 털파리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하느라 며칠간 암수가 붙어서 날아다녀 ‘사랑벌레(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별칭만 들으면 사랑스러울 것 같지만 생김새와 많은 개체 수 탓에 이 곤충이 출현한 지역 주민들은 혐오감을 호소했다. 며칠간 이 곤충과 관련된 기사 제목에는 ‘습격’, ‘출몰’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지자체가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에 나섰다. 그런데 과연 사랑벌레는 그렇게 위협적인 곤충일까.
○ 유익한 곤충인데…생김새 때문에 박멸
국립생물자원관은 유전자 분석과 생태환경 조사 시행 후 올해 나온 러브버그를 자생종으로 결론 냈다. 기존에 알려진 국내 자생종 2가지와 생태적으로 유사한 새로운 종의 털파리로, 쉽게 말해 ‘토종 곤충’이란 뜻이다. 기본적으로 자생종이기 때문에 우리 생태계에 위협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게 이로운 ‘익충(益蟲)’에 가깝다. 변 연구관은 “털파리류는 애벌레 때 1년간 땅 속에 살면서 나뭇잎을 먹어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을 먹으면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며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여기는 털파리 성충은 활동하는 생육 기간이 단 3∼5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암수가 짝짓기를 하고,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장 죽는다. 암컷도 알을 낳으면 수명을 다한다.
그래도 검은색 벌레가 갑자기 대거 나타나면 징그러울 수는 있다. 올해 갑자기 이들 개체수가 급증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유달리 길었던 올해 봄 가뭄과 이들의 서식지가 민가와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털파리들은 습도가 맞아야 성충이 되어 나오는데, 긴 가뭄으로 인해 그 시기가 미뤄지다가 장마 직후 떼 지어 성충이 됐다는 것이다. 마침 이들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민가와 인접해 불빛 혹은 먹이를 따라 대거 민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어느 쪽도 러브버그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변 연구관은 “모르는 곤충이 갑자기 떼로 나오니 재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곤충 입장에서는 1년 동안 기다리다 생애 마지막 며칠간 짝짓기를 하러 지상에 올라온 것뿐인데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 “살충제가 더 유해”… 생태친화 교육 필요
갑자기 출몰한 곤충이 화제가 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해충이라 방역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익충이거나 인간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인데도 그저 ‘벌레’라는 이유로 혐오와 박멸의 대상이 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말이다.
곤충을 오래 연구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은 “곤충을 방제와 박멸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이들의 생태를 이해한다면 굳이 박멸하거나 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나타난 러브버그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곤충이 많이 출몰한 곳이 건물 외부일 때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내부일 때는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만 했어도 됐다는 것이다. “무해한 곤충을 잡겠다고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사람에게 더 유해하지 않겠어요?” 이 소장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곤충이 갑작스레 대거 나타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도시개발로 인해 인간이 야생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 계획단계부터 지역 생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잘 이뤄져야 ‘제2의 러브버그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결국 곤충 등의 자연을 혐오가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친숙해지는 생태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 연구관은 “어릴 때부터 곤충을 봐온 제 아이들은 곤충을 전혀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며 “곤충과 맞닥뜨리는 것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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