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투자자 반대에, 뒤로 가는 '카카오 계열사 축소'

장형태 기자 2022. 7.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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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줄이겠다" 선언에도.. 1년 새 계열사 18개 더 늘어나

카카오가 올해 주요 목표로 내걸었던 ‘계열사 30여 개 줄이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미용실 예약 사업은 투자자들이 매각에 반발하고 나섰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도 노조가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매각 아닌 보유 지분 축소’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카카오 그룹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을 맡은 김성수 의장은 지난 4월 “올해 연말까지 30~40개 정도를 줄여 100여 개의 계열사만 남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의장은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계열사를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계열사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136개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18개 늘어났다. 매각 작업은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해외 사업 확장은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반대에 부딪힌 모빌리티 매각

카카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카카오 그룹 노조인 ‘크루 유니언’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그룹이) 지난해 사회적 책임을 약속한 지 얼마 안 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넘기려 한다”며 “사모펀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조차 없을 것이며 임직원들은 고용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는 카카오에 ‘지분 40% 이상 매각’을 제안해 협상을 해왔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지분 40% 이상을 매각해 소유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 기준상 카카오 계열사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유한 11개 택시업체도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카카오 노조가 반발하자 지난 6일 카카오 경영진은 노조와 만나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를 매각해 2대 주주로 내려오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 지분과 해외 투자자 지분을 인수해 1대 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은 MBK파트너스로 넘어가지만 현행법상 카카오 계열사인 것은 변함이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팔린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성을 이유로 요금을 올릴 경우 그에 따른 비판은 카카오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용실 철수는 투자자 반발에 난항

카카오가 철수하려던 다른 사업 부문의 투자자들도 반발하고 나서고 있어 카카오로선 난감한 처지다.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와이어트의 투자자들은 지난 1일 카카오에 “투자금 상환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기자간담회를 해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와이어트는 카카오톡 앱 안에서 미용실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 24.19%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헤어샵·장난감 사업 등이 골목 상권 침해 지적을 받자 철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와이어트 투자자들은 “카카오와 시너지를 믿고 최소 550억원을 투자했는데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철수를 공언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을 받은 야나두(영어강의)·에이윈즈(완구)도 카카오인베스먼트의 투자를 받아 계열사로 편입된 곳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이들 계열사도 매각에 나설 경우 투자자와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카카오 전체 계열사 136개 중에는 영화·웹툰 등 콘텐츠 제작사(25개), 게임 제작사(22개), 택시 운수회사(11개)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올 들어 유사 사업을 하는 제작사들을 흡수 합병하는 식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정리한 계열사 수(33개)보다 새로 편입된 계열사 수(65개)가 훨씬 많아지면서 계열사 수가 오히려 순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당수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 콘텐츠 제작사”라며 “계열사 통합도 중요하지만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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