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겪어보고도.. 한탕주의 코인 늪에 빠진 사람들
하루새 0.61→1.58원 2.6배 급등
결국엔 0.18원까지 떨어져
증시선 무상증자 소문에 급등락
"손실 커 요행 바라볼 수밖에"
“더마이더스터치골드(TMTG)는 상장폐지까지 10일 남았으니 5000% 수익률 기대해봅시다.”
지난달 말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TMTG 코인의 상장폐지 예고 공지가 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돈 벌 기회가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폐가 되면 코인의 가치가 제로(0)가 되지만, 상폐 직전 ‘폭탄 돌리기’식으로 투기성 투자가 몰리면서 시세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폐 직전 가격 급등을 뜻하는 ‘상폐빔’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레이저빔처럼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이다. 한 가상 화폐 투자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들 가격이 반년 넘게 하락해 손실이 커 이런 식의 요행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들어 주식과 가상 화폐 등 자산 시장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지만, 자산 가치와는 무관하게 일부 코인이나 기업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무상증자 공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무상증자 소문만 나도 상한가(하루 30% 상승)를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급락장에도 들썩거리는 코인들
TMTG는 상폐 공지가 뜨자마자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1일 가상 화폐 통계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까지 전 세계 거래량이 6억원에 불과했지만, 23일에는 61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23일 0.89원에서 7월 1일 0.51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TMTG는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3일 급등했다. 이날 빗썸에서 TMTG 가격은 1.58원까지 치솟았다. 2일 가격이 0.61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동안 무려 2.6배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11일에는 0.18원까지 떨어졌다.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다.
가상 화폐 시장에서는 시가 총액이 작아 가격 급등락이 큰 코인들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TMTG 역시 시총은 18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7월 4~11일)간 전 세계에서 가장 가격이 크게 올랐던 코인은 메타닥터로 무려 4640% 올랐다. 이 코인의 시총은 21억원에 불과했다. 8번째로 높았던 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도 상장되어 있는 ‘8X8프로토콜’로 일주일간 263% 상승했다. 이 코인의 시총은 7억원이었다.
이미선 빗썸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코인 시장도 진화와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 중인데 이런 시기에는 실제 기술력을 갖춘 코인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급등락 움직임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상 화폐 산업의 변화와 어떤 기술을 반영하고 있는지 큰 물줄기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상증자 소문만 나도 상한가
주식 시장에서는 무상증자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하되 돈을 받지 않고 기준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이동시켜 신주를 발행하는데, 회사가 실적이 좋아 쌓인 돈이 많을 때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행한다. 기업 가치와는 사실상 크게 관련이 없는 데다, 쌓아둔 돈이 없는 기업의 무상증자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최근 주식 시장에서 반응은 달랐다. 기계 부품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신진에스엠은 11일 전 거래일보다 16.4% 오른 1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상한가까지 오른 1만30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종목은 지난 7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증권가에서 무상증자 가능성이 퍼진 영향이다. 한국거래소는 신진에스엠에 시황 변동과 관련한 공시를 요구했고, 신진에스엠은 8일 “유통 주식 수 확대 등을 위한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동성은 아직 풍부한데 손실은 본 사람들이 많다 보니 무리하게 수익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교란 현상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자금력이 풍부한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은 손실을 만회해보려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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