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생일 맞은 '더하우스콘서트'
3년전부터 '줄라이페스티벌' 개최, 한 달내내 한 작곡가만 집중탐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조성진·임윤찬, 소리꾼 장사익과 인디 밴드 크라잉 넛까지.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청사)의 계단과 복도에는 ‘장르 불문’ 음악가들의 사진 200여 장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더하우스콘서트’의 출연자들이라는 점이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와 관객들이 일상적 공간에서 가깝게 만나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2년 7월 12일 출발한 시리즈 음악회. 스무 번째 생일을 꼭 하루 앞두고 걸어 놓은 자축(自祝) 사진들인 셈이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박창수(58) 대표의 서울 연희동 단독 주택에서 출발해서 광장동·역삼동·도곡동의 녹음실과 스튜디오 등을 거쳐서 2014년 지금의 대학로로 둥지를 옮겼다.
박 대표는 “20년의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세 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인들은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고, 관객들은 마룻바닥에서 앉아서 감상하고, 모든 연주는 영상과 음원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연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음악 앞에서 허리를 세우고, 감상자들은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음악을 청각뿐 아니라 촉각으로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깐깐하고 불편한 원칙들인데도 지난 1일로 벌써 900회를 넘었다.
지난 2020년부터는 7월 한 달 내내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연주하는 릴레이 음악회가 열려왔다. 그래서 제목도 ‘줄라이 페스티벌’. 첫해의 주인공은 탄생 250주년이었던 베토벤이었고 지난해 브람스에 이어서 올해는 헝가리 작곡가 버르토크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작곡가든 작품이든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진득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집중 탐구해야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들의 시야도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교수(서울대), 피아노 이중주팀 ‘신박 듀오’,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 같은 스타 연주자들부터 12세 꼬마 피아니스트 남예서양까지 한 달간 참여하는 연주자만 190여 명에 이른다.
지난 1일에는 162㎡(49평) 남짓의 공연장에서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 공작의 성’을 공연했다. 낯선 헝가리어 노랫말 때문에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작품. 더하우스콘서트 한진희 매니저는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 주한 헝가리 문화원에서 직접 한국 성악가들에게 발음 지도를 해주고 대본을 녹음해서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오후 3시부터 8시간 동안 버르토크의 피아노 작품과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이어달리기 콘서트’가 펼쳐진다. 강선애 수석 매니저는 “작곡가 탐구 시리즈는 내년 슈베르트, 2024년 슈만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니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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