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환율·물가급등에..하반기가 두렵다

정옥주 2022. 7. 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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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 중소기업 대출 `눈덩이'
환율 금리 등 주변 여건 급속 악화
기업 부실에 이은 금융권 부실 가능성에 '촉각`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최근 시멘트, 철근 등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 중단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하도급 대금 20% 인상 요구를 건설업체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2022.05.0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리상승과 원자재 값, 환율 급등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부상하는 뇌관은 코로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이다. 대출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매크로 여건 악화로 기업 부실이 늘어나면 이를 보증한 금융권까지 큰 충격을 받으며 위기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물가·금리·환율 등 '3중고' 위기에 직면하면서 금융권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6%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물가상승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7월 경기전망지수는 전월대비 4.6포인트 하락한 81.5로, 2개월 연속 하락함과 동시에 전월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는 원자재값 상승, 세계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금리·환율·물가가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자금난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소기업 생산과 평균 가동률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곤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금융 여건 속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 증가와 함께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가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단 것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4일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국내 일부 산업의 생산을 제약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입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자동차, 건설, 기계장비 등에서 부품·자재 수급차질로 생산이 제약됐고, 비용 측면에서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금보유력이 강한 대기업들의 경우 앞으로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엔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수입 등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업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우 수주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조선업과 같이 경기 후행 산업은 지금은 업황이 나쁘지 않고 일감을 받아놓은 것이 있어서 버틸 수 있다곤 해도, 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화되면 업황도 다시 고꾸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주목되는 오는 9월 이후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보증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이들에 보증을 제공했던 금융공기업들의 건전성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과 같은 보증기관들의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증 비중이 매우 높다"며 "연말로 갈수록 이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수출가격 상한제 도입 가능성 등으로 경유(50.7%), 휘발유(31.4%), 등유(72.1%), 자동차용 LPG(29.1%) 등 석유류 가격이 39.6%나 뛰었다. 2022.07.05. livertrent@newsis.com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보, 기보, 지역신용보증재단,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18개 금융공공기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보증 잔액은 70조2806억원에 이른다. 이는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 130조1000억원의 54% 수준으로, 즉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제도의 상당부분은 보증 금융공공기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기보의 경우 총 보증잔액 26조5000억원의 74.2%, 신용보증기금은 총 보증잔액 91억5000억원의 40.3%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신보의 경우 소상공인 위탁 보증 부실률이 2020년 말 0.2%에서 올 1분기 2.2%로 증가했고 대위변제율도 같은 기간 0.04%에서 2.01%로 껑충 뛰었다. 오는 9월 이후 부실이 더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정처는 "정부는 관련 보증채권에 대한 특별 점검 등을 실시해 해당 제도 종료 시 금융공공기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보증기관도 추후 대규모 부실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선제적인 리스크 방안 수립, 부실징후 조기파악 등을 최소화해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토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들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고, 소상공인들도 유예조치와 컨설팅 등으로 부실율을 잘 관리하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기업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 등으로 부실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부실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중소기업 금융 상황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 연구기관과 함께 '중소기업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중소기업 경영과 자금여건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1대1 사전컨설팅과 채무상환계획 조정을 통해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이미 조치 중으로, 급격한 연체율 확대 우려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미리 검토 및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보와 기보 등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율이 상승하고 있고, 9월에 지원조치가 종료되면 부실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올 12월께 나올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위 변제가 일어나더라도 신보와 기보 등이 자본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의 자본금을 확충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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