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찾은 시각장애인들.."무인주문기는 유리장벽"

무인주문기에 음성·점자 안내 없어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시각장애인들이 11일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무인주문기(키오스크)에서 실제 주문을 해보는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벌였다.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영업장은 늘지만 시각 장애인에 대한 배려 조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직접 당사자들이 나섰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수십 명은 이날 점심 시간이 가까울 무렵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이들은 한 명씩 무인주문기 앞에 서서 주문을 시도했지만 화면이 보이지 않는 데다 음성 안내 메시지나 점자 안내문도 없어 한참 애를 먹었다. 한 명은 허공에서 헛손질만 하다 돌아서야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주변인의 도움을 받고서야 간신히 주문에 성공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 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메뉴 고르기와 결제, 포인트 적립 등 복잡한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신용카드 투입구도 찾지 못해 총체적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단체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무인주문기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안이 '3년 내 단계적 적용' 방침을 담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6월 법이 개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시행령에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하면 2026년까지 3년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는 "시행령안은 정당한 편의 제공의 내용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서술한다"며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더 접근하기 좋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더라도 시행령의 좁은 해석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이날 캠페인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한분 한분의 소중한 의견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함께 논의해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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