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릭 하버드대 교수 "신자유주의 가고 '생산주의' 온다"
1980년대 이후 정치·경제·사상적 주류로 군림해온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생산주의(productivism)’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0일(현지시간)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사진)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신자유주의 핵심 강령인 세계화와 자유 방임 자본주의 대신 지역주의와 국가의 규제를 강조하는 정책적 아이디어가 좌파와 우파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국제정치경제 교수인 로드릭은 지난달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새로운 생산주의 패러다임?’이라는 글에서 대공황 이후 케인스주의 복지국가가 미국 진보·보수 정권에서 모두 지지를 받았고, 1980년대 이후 보수 진영에서 주창한 신자유주의 역시 미국과 영국의 중도 좌파 정권이 수용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생산주의에 관한 동의가 당파를 초월해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드릭에 따르면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는 시장 규제, 재분배, 사회보장, 거시경제 순환 대응 정책, 사회복지 프로그램 확대, 노동과 환경 규제 강화 등 좌파적 패러다임이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위 대통령, 리처드 닉슨 대통령 등 보수적인 공화당 정부도 이를 수용했다. 탈규제와 금융화, 지구화 등을 강조한 신자유주의 역시 보수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등 보수 지도자들뿐 아니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중도 좌파 지도자들도 받아들였다.
로드릭은 “금융과 소비자주의, 지구화 대신 생산과 노동,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경제정책 프레임워크를 향한 거대한 방향 전환의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면서 “생산주의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을 포착한 새로운 정책 모델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가 약화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생산주의가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드릭은 “신자유주의와 달리 생산주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주의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대기업을 의심하며, 금융보다 생산 및 투자 그리고 지구화보다 지역 공동체의 재활성화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로드릭은 생산주의가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공급 측면의 조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재분배나 거시경제 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와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또 생산주의는 “전 지역과 노동력의 전 분야를 통틀어 생산적 경제적 기회의 보급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녹색 경제 정책, 국내 공급망 재건, 질 좋은 일자리 강조, 대기업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단행한 대중 보복 관세 유지 등 조 바이든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좌파 진영이 트럼프 정부 시절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전쟁을 적극 지지했고, 공화당 진영이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첨단기술 투자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생산주의라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생산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희생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대기업에 대한 공격과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미국 정유사들이 에너지 위기를 틈타 막대한 이윤을 뽑아내고, 대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등 대기업들을 공격하는 현상은 생산주의 아이디어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강력한 학문적 기반을 갖춘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나 신자유주의에 비해 생산주의는 아직 직관적 관찰을 대중적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 포괄적인 이론적 체계를 갖추지는 못한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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