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불안보다 피로감"..다시 붐비는 선별진료소[코로나 '6차 유행' 초입]
휴일 확진 지난주 2배..시민들 "신경 안 쓸 수도 없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자 선별진료소와 병원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몰리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청 앞 선별진료소에는 월요일 아침임에도 50여명이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구청 청사 정면부터 좌측까지 흰색 천막이 70m쯤 빙 둘러섰다. 천막 아래에선 시민들이 약 1m의 간격을 두고 한 줄로 앉아 검사 순서를 기다렸다. ‘검사 후 즉시 귀가’라고 적힌 파란색 팻말 아래로 대형 선풍기가 좌우로 머리를 돌렸다.
“대상자 맞으시죠?” “네.” “해외 다녀왔어요.” 천막 입구에서는 검사를 안내하는 방역요원과 시민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32도의 더운 날씨에 시민들은 인근 가로수 그늘이나 구청 청사 정문 그늘에서 햇살을 피했다.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 확진자의 동거인, 해외 입국자, 기타 의사 소견을 받은 자 등으로 정해져 있지만 시민들은 혼란 없이 검사 장소를 잘 찾았다. 바로 옆 영등포병원 앞 천막 1개 동 아래에서는 시민 10여명이 신속항원검사(RAT)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 성북구의 한 내과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로비가 꽉 찼다. 병원은 5~6층인데 1층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줄이 섰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니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검사자가 섞여 좌석이 금세 가득 찼다. 의사 4명이 돌아가며 검사를 하는 데도 대기열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병원마다 편차는 있었다. 건너편 소규모 이비인후과의 간호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한) 지난봄에는 사람이 꽉 차곤 했는데, 요즘은 하루 평균 10~15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대유행이 또 오는 것 아니냐며 피로를 호소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2693명으로 1주 전인 지난 4일(6249명)의 2배, 2주 전인 지난달 27일(3423명)의 3.7배를 기록했다. 최근 입국해 영등포구청 앞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순번을 기다리던 회사원 정모씨(32)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요즘 다시 확진 소식이 건너건너 들리고 있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며 “(유행을) 여러 번 겪다 보니 크게 불안해하기보다는 무뎌진 기분이고, 다시 지난번처럼 겪어야 한다니 짜증이 앞선다”고 말했다.
종로구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구인회씨(55)는 “식구들이 모두 코로나에 한 번 걸려서 무감각해졌는데,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아 피로감이 있긴 있다”고 했다. 회사 연수에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기 위해 성북구 내과의원을 찾은 A씨(28)는 “확실히 예전보다 확진자가 느는 추세는 맞는 것 같다”면서 “우려가 되긴 하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증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해 아주 많이 불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제가 걸려 주위사람들에게 옮길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조해람·이홍근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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