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섬의 공허한 현실적 풍경과 분단현장 실루엣 선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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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와 노순택.
서울 종로구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 마련된 강홍구 개인전 '신안바다―뻘, 모래, 바람'(24일까지)은 작가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의 숱한 섬과 바다 풍광을 10여년 전부터 기록한 수천여점의 인화 프린트들 중 일부로 구성된다.
작가는 "과거 작업처럼 어떤 진중한 의미를 두지 않고 낯설고도 익숙한 나만의 감흥을 중심으로 신안 풍경을 소개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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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록의 본령 넘어
상상력·직관 감도 증폭
강홍구와 노순택. 비판적 리얼리즘을 견지해온 두 사진가 이름은 한국 미술판에서 특이한 자리를 차지한다. 스트레이트 사진을 찍는 다큐멘터리 기록자의 본령에 골몰하지 않고, 상상력과 직관의 감도를 증폭시킨 현대미술가 성향에 근접한 작업을 펼쳐온 까닭이다.
두 작가 특유의 작업 스타일을 새삼 곱씹게 하는 전시가 지난달부터 북촌 화랑가에 차려졌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 마련된 강홍구 개인전 ‘신안바다―뻘, 모래, 바람’(24일까지)은 작가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의 숱한 섬과 바다 풍광을 10여년 전부터 기록한 수천여점의 인화 프린트들 중 일부로 구성된다. 유년 시절 뒹굴며 놀았던 ‘뻘밭’과 푸른 바다 앞에 넘실거리던 모래 언덕(사구), 소금 노동자의 고단한 숨결이 서린 염전 막장의 풍경을 기억하는 작가의 시선은 뭍과 대교로 연결돼 관광 개발이 진행되는 신안군의 현재 풍경과 계속 어그러지는 양상으로 대비된다. 작가는 이런 어그러짐을 ‘틈새’로 보고 어린 시절 뻘밭에서 본 갖가지 해물과 새들, 어구를 부려놓은 그림을 덧씌우거나 옛적 염전 풍경을 그려놓는 방식으로 메꾸듯 표현해낸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쏠리며 움직이는 만재도 해안가 바위의 자연산 미역 군락과 신안군 섬 곳곳에 널브러진 폐그물과 포대 같은 대형 닻의 자취 등이 사진에서 숙명적으로 표출되는 피사체의 선뜩한 존재성을 느끼게 한다. 기억 속 익숙함과 최근 10여년 마주한 섬의 낯선 현실감을 대비시키며 기록한 이 전시에는 40여점의 사진과 사진 위에 그린 회화, 콜라주 작업 등이 같이 나왔다. 작가는 “과거 작업처럼 어떤 진중한 의미를 두지 않고 낯설고도 익숙한 나만의 감흥을 중심으로 신안 풍경을 소개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노순택 개인전 ‘검은 깃털’(17일까지)은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지만, 근작은 거의 없고 역광으로 찍은 구작들의 심연을 재해석한 작품들 위주로 19점을 내걸었다. 항공기 소음으로 주민들이 떠난 부천 오쇠리 마을 폐허에서 포착한 덩굴에 덮인 ‘전신주 괴물’이나 용산참사의 현장 남일당 폐허를 찍은 부분 사진처럼, 분단체제 혹은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 포착한 사람과 자연, 건축물이 빛과 그늘만 대비되는 ‘실루엣’으로 부각된다. 한국 사진가들의 특징적 관행인 사물성의 탐구를 초현실적 감수성이 배어든 작가 특유의 현실 비판적 시선으로 변주한 작업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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