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BK가 카카오모빌리티 노리는 이유..복선에 답이 있다

김성훈 2022. 7. 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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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공식화'
여러 변수에도 MBK 인수 의지 굳건
테크기업 투자..카카오 플랫폼 낙점
주춤한 현 시점이 인수 시기로 적합
밸류 이견+임직원 반대 해결이 관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협상이 공식화한 가운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녹록지 않은 인수 구조에다 임직원들의 우려에도 협상 의지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서는 MBK가 ‘협상을 해보고 아니면 말자’식의 태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에게 투자 가치를 충분히 느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선 발언이나 상황을 살펴보면 MBK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테크기업 투자 연초부터 예고한 MBK

11일 자본 시장에 따르면 카카오는 MBK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카카오 계열사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투자총괄 부사장이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해당 사실을 공식화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M&A(인수·합병) 시장이지만 카카오가 지분 매각을 공론화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정된 바 없다’는 미온적 태도를 넘어 협상 의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매각 결렬에 대한 리스크(부담)를 생각하면 협상이 일정 수준 진행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협상 대상자로 떠오른 MBK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비밀 유지가 생명인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MBK는 꽤 오래전부터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홍콩, 일본, 중국에 있는 13명의 파트너간 의견 조율이 있어야만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MBK 내부 의견이 정해졌다고 보는 평이 적지 않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일각에서는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복선이 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 3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테크놀로지는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며 테크 기업 투자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투자처 없이 섹터(분야)만을 언급할 리 없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MBK가 투자했던 식·음료 업체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매출 증대 효과를 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MBK가 2019년 인수한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아시아태평양 사업부와 스폐셜시츄이에션펀드(SSF)로 투자한 치킨업체 BHC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플랫폼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MBK 입장에서는 단순 매출 증가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가 구축한 IT 플랫폼의 저력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종 인수 규모·현실화 가능성 ‘관심’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의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이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측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미국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동남아시아 그랩(Grab)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몇 안 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이 씌워진 카카오모빌리티지만, 향후 성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확신이 인수 협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당장의 IPO(기업공개) 보다 중장기 밸류업(가치상향) 계획을 짠다면 투자금 대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크루 유니언).
관건은 카카오모빌리티 최종 인수 규모와 현실화 가능성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주주는 △카카오(57.5%) △TPG컨소시엄(29.0%) △칼라일(6.2%) △LG(2.5%) △구글(1.5%) △GS리테일(1.3%) 등이다.

카카오가 언급한 ‘10%대 지분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남기’ 위해서는 MBK가 카카오 지분 외에 2대 주주인 TPG컨소시엄과 칼라일 지분까지 동반 인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생긴다. 가시권에 들었던 IPO 잔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양측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견을 좁힐 수 있을 지가 변수다.

임직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도 중요하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크루 유니언은 “사업확장과 이윤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카카오가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라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생계와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MBK파트너스 인수는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힘든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시민들에게는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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