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은 우버 로비스트"..세계시장 노린 우버의 '검은손'
마크롱, 택시업계 반대에도 우버 정착 도와
프랑스 야권 "노동자 권리 반하는 행위" 비판
우버 탈세·수사 방해 일삼은 정황도 포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산업부 장관 시절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유착해 우버의 프랑스 시장 정착을 '물밑 지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우버가 시장 확대를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 정부에 로비는 물론, 운전기사 희생과 수사 방해까지 일삼았다는 의혹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다.
마크롱 '환영' VS 택시업계 '결사 반대'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4~2016년 경제산업부 장관을 지낼 때 우버의 프랑스 시장 정착과 정계 로비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버사와 약 50회 비대면·대면 접촉을 했지만, 이 중 공식적인 만남은 단 한 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초기부터 우버 도입을 환영했다. 우버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일자리 증가를 이끌 기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입장은 달랐다. 프랑스는 택시 면허 수 제한이 있어 일부 도시에선 면허 값이 25만 유로(약 3억 원)에 달했다. 면허를 취득하려면 300시간의 의무 교육도 받아야 했다. 프랑스 진출 당시 우버는 택시 면허가 없어도 운전기사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택시기사들은 우버 규제가 지연되자 2014년부터 파리 시내 주요 도로를 막고 주차된 차량을 부수는 폭력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의회는 같은 해 10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운송사업(VTC) 관련 법안을 도입하며 본격 규제에 돌입했다.
'우버 동맹' 마크롱, 규제 막고 '비밀 거래' 중개
위기에 처한 우버에 마크롱 대통령은 든든한 '동맹'이었다. 우버는 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2015년 10월 마르세유 당국이 우버의 대표 서비스 '우버X'를 금지하려 하자 사측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이틀 후 마르세유 당국은 돌연 금지 입장을 뒤집었다.
우버가 논란의 카풀 서비스 '우버팝'을 중단하면 운전자 면허 취득 조건을 완화해주겠다는 '비밀 거래'도 그가 중개했다. 이 과정에서 우버를 반대하던 정부 인사들을 설득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버사에 "어제 총리(당시 마뉘엘 발스)를 만났다"며 "카즈뇌브(베르나르 카즈뇌브 당시 내무부 장관)는 택시 업계를 조용히 시킬 거고, 나는 다음 주까지 사람들을 모아 법 개정을 준비시킬 거다. 카즈뇌브가 딜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후 우버사가 우버팝을 철회하자 그는 약속대로 면허 요구 사항을 완화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보도 후 우버사와 엘리제궁은 "업무로 인한 만남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프랑스 정계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마틸드 파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마크롱은 노동법의 영구적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 기업의 로비스트"라고 했고, 파비앵 루셀 공산당(PCF)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행적은) 우리의 모든 규칙, 사회적 유산, 노동자 권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관련 수사를 위해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장 확대 위해 각종 '탈법 행위' 일삼은 우버
이번 보도는 가디언이 입수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분석한 '우버 파일'에 기초했다. 우버의 고위 경영진 사이에 오간 12만4,000여 건의 이메일과 문자 등을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우버는 사업을 확장하던 2013~2017년, 택시 규제 완화를 위해 각국 유력 정치인에게 로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함부르크시장,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등도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
우버사는 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현지 사무실에서 본부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킬 스위치'를 최소 12번 사용해 수사를 방해했다. 앞서 캐나다와 홍콩에서만 이 수법을 썼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보도로 인도, 네덜란드, 헝가리 등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 운전 기사들을 반대 시위 현장에 보내 '맞불 시위'를 벌이게 하고, 이들이 다른 택시 기사들을 고소하도록 추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AP통신은 우버가 수익을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로 보내 수백만 달러를 탈세했다고 보도했다.
우버사는 이에 대해 "오늘날의 우버는 그때의 우버와 다르다"며 "우버의 새로운 CEO는 우버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꿨으며, 현재 우버 직원의 90%는 2017년 CEO가 바뀐 뒤 합류했다"고 해명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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