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이상 목소리 변하면 후두암 가능성 높아 병원 찾아야
목 중앙에 있는 후두(喉頭)는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면서 숨 쉬는 경로(기도) 역할을 한다. 또한 이물질과 분비물 등이 기도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등 기도ㆍ폐를 보호한다.
후두암은 후두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얼굴(頭)과 목(頸) 부분, 즉 두경부에 발생하는 암이다. 뇌 아래에서 골 사이에 발생하는 두경부암 가운데 구강암 다음으로 유병률이 높다. 후두암은 전체 암의 0.6% 정도를 차지하며, 10만 명당 환자 수(조발생률)가 3~4명 정도인데, 50대부터 많이 발생해 60~80대 환자가 가장 많다.
‘두경부암 치료 전문가’ 조재구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ㆍ두경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2주 넘게 쉰목소리가 나고 식사 때 숨이 찬 증상이 있다면 후두암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후두암을 알 수 있는 증상은.
“후두암이 발병하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 목소리 변화다. 성대 표면은 조금이라도 불규칙해지면 음성이 변한다. 후두암이 생기면 서서히 점점 심하게 목소리가 바뀔 수 있다.
후두암은 또한 림프샘을 따라 목으로 전이되므로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을 삼키기 불편해지고, 목이 아프기도 한다. 또한 숨차거나 숨 쉴 때, 특히 숨을 들이마실 때 목에서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후두암 발병의 95%가 흡연과 관련 있을 정도로 흡연은 주요 원인 인자다. 담배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해 물질이 후두 점막에 만성적으로 접촉되면 점막 세포가 변이돼 무질서하게 성장하면서 암이 발생한다. 술도 함께 마시면 암 발병률이 3~4배 정도 높아진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후두암은 1기일 때 완치율이 90%, 2기 80%, 3기 50%, 4기 40%일 정도로 병기가 진행될수록 치료율이 점점 낮아진다. 초기 발견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후두는 숨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고, 말하는 등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암 완치만큼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능하면 광범위한 절제를 피하고 기능 보전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술과 함께 방사선 요법과 항암 요법 등을 시행한다.
후두암 수술 원칙은 암 조직을 완벽히 절제하되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후두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후두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범위와 방법이 다르다. 후두암 초기라면 입을 통해 후두를 노출시킨 후 수술용 현미경으로 보면서 레이저로 절제하거나, 외부에서 목 피부를 절개하고 후두 일부만 제거하는 후두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진행 암은 후두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 초기 발견해 후두 점막 일부를 수술용 현미경을 보며 절제하면 음성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으며 완치율도 매우 높다. 그러나 진행된 후두암이라면 후두를 전부 제거하거나 일부만을 남기게 된다. 이처럼 병변 제거 수술을 받으면 음성을 완전히 잃거나 대화하기 어려운 정도의 음성만 남기에 삶의 질 차이가 매우 크다.
초기 후두암은 방사선 치료로 성대 정상 구조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한다. 반면 진행 암이라면 수술 후 남은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다행히 최근 후두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표적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후두암은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한데.
“후두암 치료 후 발생하는 가장 큰 기능적 문제가 발성 및 삼킴 장애다. 발성과 삼킴은 모두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수술만큼 중시해야 한다.
후두 부분 절제술을 받았다면 성대가 남아 음성을 보전하지만, 후두 기도 보호 기능이 떨어져 식사할 때 사레(폐 흡인)가 생길 수 있다. 수술 후 2~3주 정도 지나면 삼킴 재활 훈련을 하는데 이때 사레 때문에 폐렴에 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후두 전(全)절제술을 시행하면 정상적인 발성은 불가능하다. 이때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대를 대신해 진동이 발생할 부위가 필요하므로 식도 괄약근 부위를 진동시키거나 진동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전기 후두를 이용하는 등 음성 재활이 필요하다. 최근 인공 성대를 삽입해 발성하도록 돕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후두암을 예방하는 방법을 들자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이다. 금연한 지 6년 정도 지나면 후두암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고, 15년 정도 지나면 비흡연자와 발병률이 비슷해진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하루빨리 금연하는 것이 좋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후두암도 빨리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아지므로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후두암은 조기 발견할수록 성대 보존이 가능하므로 잦은 흡연ㆍ음주를 즐기는 40~50대 이상의 사람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비인후과를 찾아 후두 건강을 살피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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