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세력들 '자위대 명기' 놓고 이견.. 주변국 반발도 변수 [日 자민당 압승 이후]

강구열 2022. 7. 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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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선 확보한 日.. 향후 전망
개헌 큰틀 동의.. 세부방향엔 동상이몽
공동여당 공명당, 자위대 명기에 거리
기시다 총리도 이견 조정 어려움 토로
개헌땐 동북아 군비경쟁 가속화 불보듯
방위비도 5년내 GDP 2%로 증액추진
성사땐 군사비 지출 세계 3위에 올라
이전에 비해 국민여론 우호적 불구
국민투표땐 부결가능성도 배제못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두 번째)가 10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왼쪽 첫 번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오른쪽)와 함께 이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의 이름 앞에 승리의 의미를 담은 분홍색 종이 장미를 붙이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개헌을 위한 머릿수는 일단 채워졌다. 1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일본 국회의 개헌세력은 개헌발의 정족수를 훌쩍 넘기는 의석을 확보했고, 지난해 열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개헌이란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는 개헌세력 내부의 교통정리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다. 개헌의 최종 절차인 국민투표 역시 넘기가 쉽지 않은 장벽이다.

◆개헌선 확보한 일본 향후 행보는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치권의 개헌세력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은 전날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125석 중 93석을 얻었다. 이로써 개헌세력은 참의원 전체 248석 중 177석을 확보해 개헌발의선(166석)을 훌쩍 넘었다. 중의원 역시 개헌세력(개헌에 찬성하는 무소속 등 포함)이 전체 465석(3분의 2는 310석) 중 352석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조항 신설’, ‘참의원 선거 합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 등 4개 항목을 개헌 과제로 제시해 공약에 넣었다.

이목이 집중되는 건 역시 자위대 헌법 명기다. 이는 일본이 패전 뒤 77년 동안 갖지 못한 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포함한 보수파들은 “개헌으로 자위대를 둘러싼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위대 명기는 전쟁포기, 전력의 보유·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은 헌법9조에 배치될 소지가 크다. 자민당은 헌법9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자위에 필요한 조직을 두는 것이 헌법9조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을 포함해 자위대의 존재를 규정하는 ‘헌법 9조2’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군사대국화에 주변국 반발은 어떻게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도 예상해야 한다. 과거 침략 피해를 당한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극도로 경계한다. 북한의 핵개발에 이은 일본의 재무장과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가속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개헌을 한다면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개헌될 경우엔 군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진출에 대해선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나아가서 악사(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간다면 한반도 유사 사태 시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윤석열정부가 거기까지 감수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일본 정부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도는 방위비 증액, 적기지에 대한 반격능력의 보유 등과 일본의 군사력 확대 움직임도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자민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인 방위비를 향후 5년 내에 2%로 올리겠다는 구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계획대로라면 일본의 방위비는 올해 5조4005억엔(약 51조원)에서 10조엔을 넘게 된다. 현재 세계 국방비 지출 9위인 일본이 5년 뒤인 2027년이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가 되는 것이다.
상륙 작전하는 일본 육상자위대. 교도=연합뉴스
◆구체적 개헌내용 이견, 해소가능할까

기시다의 개헌이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개헌세력 내부에 개헌의 시기, 방향 등을 두고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은 자민당의 자위대 명기에 거리를 두고 있다. 공명당은 “많은 국민이 자위대 활동을 지지하고 있고, 헌법을 위반한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계속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민주당은 공약집에 헌법9조에 대해 자위권 행사 범위, 자위대 보유·통제에 관한 규칙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모호하게 기술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1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조기 개헌 목표를 지켰다"라며 일본 헌법 개정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도쿄=AP뉴시스
지난달 21일 토론회에서 개헌 발의 시기를 묻는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발의에 찬성하는 세력 3분의 2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에 관해 일치가 가능한 세력 3분의 2가 모여야 한다”고 말한 것은 개헌세력 내의 이견과 조정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전에 비해 여론이 호의적인 것은 맞지만 국민투표가 진행되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 위협은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부결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기시다 총리가 퇴진할 수밖에 없다”며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당내에 신중론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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