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요구권 압박하는 금융당국.. 은행·카드사 "수용률 줄세우기" 반발

김동찬 2022. 7. 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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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묻지마 신청' 늘고 금리인하 줄이는 부작용 우려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카드업계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내달 의무화되는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가 이른바 '수용률 줄세우기'로 변질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인하 정도를 낮추는 '꼼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1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리상승이 가속화되면서 금융당국은 공시제도를 전 금융업계로 확대하는 등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업계 CEO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가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만날 때마다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공시제도가 '수용률'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용률은 전체 신청건수와 수용건수의 비율로 산출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 수용건수는 2019년 기준 20만7455건에서 2021년 기준 26만4760건으로 27.62% 증가했다. 그러나 수용률은 37.7%에서 28.3%로 하락했다. 2019년 금리인하요구제 안내가 의무화되면서 신청건수가 2년간 2배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에 수용률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앱을 이용해 간편하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이 신청요건과 심사기준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묻지마 신청' 비율이 상승했다"면서 "수용률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공시제도를 활용한 금융사별 금리인하 비교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회사마다 금리 산출기준이나 조달금액이 달라 단순히 신청건수, 수용건수, 수용률, 이자감면액으로 비교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모수가 많아지거나 조달비용이 많을 경우 단순히 수용건수로 금융사별 금리인하를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은행들이 얼마나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신청서류 등 절차 안내를 잘했는지 등 전반적인 노력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도 "과거에 대출을 받아 금리 산출기준이 현재와 상이할 경우 새로 대환대출하는 것이 오히려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할 때보다 더 나은 경우도 상당수 있다"면서 "결국 금리인하요구권 같은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인데, 지금의 공시제도는 금융업계의 보여주기식 금리인하 경쟁만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업계뿐만 아니라 카드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고금리 장사를 하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용률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수용률이 낮은 금융사들을 들여다보면 평균 금리가 낮은 편이거나, 14%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고객 비율이 낮아 수용률을 높일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수용률 높이는 데 급급하다 보면 금리인하 수용건수를 늘리는 대신 금리인하 정도를 줄이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작 금리인하를 받아야 하는 고객들이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이자감면액도 함께 공시되는 만큼 수용률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꼼수 감면' 부작용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자감면액도 같이 공시되기에 수용률과 비교하면 회사별 금리인하 평균 단가가 나온다"면서 "금리인하 수용건수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의 운영실적을 공시한다면 더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금리를 인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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