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체제'로 수습 나선다..고민 깊은 이준석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상황을 맞이한 국민의힘은 상황 수습에 나섰습니다. 초선과 재선 중진 의원 모임에 이어서 조금 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는 속보, 제가 조금 전 전했습니다. 오늘(11일) 모임들에서는 이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하는지까지 여러 의견이 분출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잠행에 나선 이 대표의 고민까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8일) :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는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가지고 어떤 조치들을 하겠습니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당 대표로서 징계처분을 보류하고, 윤리위 재심과 법적 가처분 조치를 하겠다고 했었죠. 일단 징계처분 보류는 뜻대로 되지 않는 듯합니다. 이 대표는 징계결정 당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 이후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늘 최고위도 불참했는데요. 오늘 최고위에선 징계 즉시 효력이 발생된다며 본인이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사봉을 잡았습니다. 이 대표를 향해 징계를 수용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윤리위원회는 독립기구로서 당대표라 할지라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모든 당직자들은 당원과 국민을 위해 쓰이는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가 주인이라고 착각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오늘 최고위원회 장면 한번 보시죠. 권 대표 직무대행 옆 자리, 이 대표 대신에 왼쪽에 배현진, 오른쪽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차지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죠. 1주일 전 최고위를 보이콧 했던 배 최고위원이 돌아오고, 이 대표는 자리를 비운 셈입니다.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던 배 최고위원은 오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최고위원 : 최근에 이 몇 가지 당내 문제로 인해서 많은 걱정을 끼쳐드렸다는 것에 대해서 저희 국민의힘의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권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이 아니라 '직무대행'을 맡은 건 이 대표의 징계를 당 대표직을 완전히 비우는 '궐위'가 아니라 잠깐 비우는 '사고'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이 끝나면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단 해석도 나왔는데요. 국민의힘은 수습방안을 놓고, 오늘 초선 재선 중진모임을 거쳐 의원총회까지 차례로 열었습니다. 차기 당권주자들이 포진한 당 중진의원 모임에서도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받아들여지는 모양새인데요. 이 자리에 장제원 의원은 불참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 : 저는 소이부답(笑而不答)입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 엄격한 해석 하에서는 지금 사고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지금 현재 저희들 사무국의 입장입니다. (의원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원내대표께서 말씀을 주시는 게 맞죠.]
이 대표의 부재를 '사고'로 해석하면,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당 대표를 새로 뽑는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해진단 해석이 나옵니다. 당 대표가 징계 때문에 당원이 아니게 된 상태를 인정해준다는 것, 일종의 절충안으로 풀이되죠. 이 대표 측의 반발 등 징계 결정의 후폭풍 수습방안과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권 원내대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결과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최고위원 전원들이 기획조정국의 해석이 맞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당헌·당규상에 없다는 말씀을… (주말 사이 이준석 대표하고는 좀 연락을 해보셨나요.) 못해봤습니다. 차차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연락할 그런 시기가 아니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선 '6개월 징계'로 끝내자는 의견만큼이나 이 대표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고 합니다. 집권 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려면 "임기응변 차원의 시스템으론 역부족"이라는 논린데요. 차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최근 당내 의원모임 '새미래'를 이끌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 음성대역) : 결과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정치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특히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동안 당의 외연 확장과 체질 개선에 기여해오신 이준석 대표께서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계실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주말 동안에는 대표적인 '윤핵관'이죠. 장제원 의원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본인의 지지모임 '여원산악회' 공개활동을 2년 7개월 만에 재개했다고 하는데요. 버스 23대에 탄 11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빨간 점퍼를 입고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 즐거워 보이는데요. 장 의원, 이 대표 징계 관련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요, 본격적인 공개행보에 나선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징계를 두고 '윤핵관'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단 얘기도 나오는데요. 앞서 두 사람은 '민들레 모임'을 두고서도 참여하려는 장제원 의원과 모임을 막으려 했던 권 직무대행 입장이 갈린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주말 동안 공개일정 없이 당내 여러 의견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페이스북의 짧은 글귀로 시심을 자극했던 이 대표, 아무 설명없이 노래 한 곡을 올렸습니다. 30대 0선의 당 대표 본인을 윤리위 징계로 꺾어버린 것 아니냐 하는 시선이 담긴 듯한데, 가사,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이 대표는 4년 전에도 이 노래를 바로 저희 '정치부회의'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도 공천 문제 등으로 사이가 나빴던 안철수 의원에게 띄우는 공개편지였습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이번에 이 노래를 다시 올린 것도, 안 의원과 '친윤계'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시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이준석/당시 전 바른미래당 노원병 후보 : 다시는 누군가가 황당한 아집으로 우리가 같이 정치하는 동지들과 그 가족들의 선한 마음에 못을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노래 한 곡을 신청합니다.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찰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 징계가 적절했다는 의견은 33.2%, 과도했다는 의견은 31%로 팽팽했습니다. 미흡했다는 의견도 27.5%였는데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빨간 불이 켜졌죠.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20대만 떼어서 살펴보면, 1주일 전보다 긍정 평가는 12.9%p 떨어져서 30.9%를 기록했고요, 부정 평가는 9.5%p 올라서 56.5%를 기록했습니다. 이 대표의 징계, 국민의힘 젊은 층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대표 윤리위 재심과 법적으론 가처분 신청 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죠. 장고에 들어간 듯한데요. 이 대표 주변 인사들도 조언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게 없다'며 이 대표를 감쌌던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말리고 있다고 합니다. 징계에 불복하는 모양새로 이 대표의 입지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습니다.
[정미경/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불복하지 말아달라. 왜냐하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 혼란을 빨리 극복하고 수습하는 데 다 도와야 된다. 그러니까 법적인 그런 가처분이나 이런 거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윤리위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단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 입장에서 가처분이든 징계 무효 소송이든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당연히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자진 사퇴는 윤리위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고, '성 상납' 관련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수사에 영향을 주죠. 그래서 이건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결정이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될 이유가 있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퇴 안 하죠.]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상태에서 '성 상납' 관련 경찰 수사는 그 자체로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전,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문제 삼은 바 있죠. 윤리위 결정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게 아니라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김용태/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윤핵관들이 윤리위를 통해서 관련해가지고 '지난주 금요일처럼 징계를 할 거다. 그래서 당대표를 궐위시킬 거다'라는 그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사실 관계를 보고 수사 결과를 보고 최종 법원의 판결을 보고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윤리위가 좀 아쉽죠.]
'성상납' 제공을 주장하고 있는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측에선 경찰 수사가 의미있게 진행되고 있단 주장을 계속 펴고 있죠. 접대나 후원 등이 2016년까지 이뤄졌다면서 '공소시효'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소연/'성상납' 제공 의혹 김성진 측 변호사 (지난달 30일) : 2015년, 2016년까지 이어지는 계속적인 어떤 접대와 또 후원이나 물품 제공 이런 것들을 포괄 일죄로 보고 있는 거거든요. 경찰에서 제시한 게 2016년까지거든요. 그래서 다 합치면 한 이십몇 번이에요. 그래서 이걸 다 포괄 일죄로 볼 경우에는 공소시효 문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현재로선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한데요. 이 대표 측에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위기가 한번 더 올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경찰에서 재판까지는 진행이 안 될 테니까 기소 의견을 내서 혐의가 있다라는 이런 발표를 한다면 다시 한번 이준석 대표 사퇴 압력이 강하게 있겠죠. (그렇게 되겠죠. 오히려 그게 2단계라고 봐야 되겠죠.) 그렇죠. 여기서 윤리위가 끝난 게 아닙니다.]
오늘 국민의힘은 잇단 의원 모임과 의원총회를 통해서 6개월 간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결정했는데요. 더 이상 당내 혼란을 방치할 순 없다는 거겠죠. 의원 총회 결과를 가장 유심히 지켜볼 사람, 바로 이준석 대표일 듯한데,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 '권성동 체제'로 수습 나선다…고민 깊은 이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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