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문 열어놔야 그나마 들어오죠"..명동상가 60% '개문냉방'

백상경,박동환 2022. 7.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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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들 개문냉방 낭비 여전
문 닫을 때의 4배 전기 소비
상반기 전력수요 사상 최고
연료값 급등 속 예비전력 뚝

◆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① ◆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올여름도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충분한 전력 생산량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제는 생활 주변에서 낭비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서울 명동의 한 패션 매장이 출입구를 전면 개방한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를 정도로 무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 명동쇼핑거리에선 서늘함마저 느껴졌다. 화장품과 옷가게 등 골목마다 활짝 열린 매장 출입문을 통해 에어컨 바람이 세차게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쯤 매일경제가 명동쇼핑거리 일대를 취재한 결과 영업 중이던 1층 점포 106곳 중 65곳이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의 출입을 조금이라도 유도하기 위해 '개문 냉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1년 9월 15일 역대 최악의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에너지 절약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못했다. 11일 매일경제가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경우 폐문 영업에 비해 소비전력이 약 4.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깥 기온이 34도일 때 실내 온도를 25도로 유지하는 조건에서 개문 냉방 시엔 2.002kwh(킬로와트시), 폐문 시엔 0.473kwh의 전력이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 온도를 22도로 설정하면 개문 시 2.423kwh, 폐문 시 0.516kwh로 약 4.7배까지 소비전력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개문 냉방만 막더라도 상당한 양의 전력 소비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각종 조명을 환하게 켜두는 대형 쇼핑몰·상가, 사람이 없는데도 에어컨·전등·컴퓨터를 그대로 켜두는 사무실과 대학 강의실 등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올해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사상 최고치(상반기 기준)를 경신했다. 11일 한국전력·전력거래소는 상반기 전력거래량이 26만9432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상반기 최고 기록인 2018년 26만2555GWh를 뛰어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산업 경기 회복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전기 사용량이 대폭 늘었다. 특히 지난 5~6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냉방 전력 사용이 급증했다. 최근 상황은 더욱 급박하다. 지난 7일 기준 전력 수요가 92.9GW를 기록하면서 전력 예비율은 7.2%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까지 치솟은 상황이라 근본적인 수요 감축과 전력 효율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연료비 급등 여파로 지난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다. 올 3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5원 올렸지만 원가 상승분에는 크게 못 미쳐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백상경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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