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이자 내느니 월세 사는게 이득..'월세 난민' 쏟아진다

김동은 2022. 7.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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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비중 1월 45%서 4개월만에 60% 껑충
전셋값 하락에도 월셋값 30개월 연속 상승
월세전환 과속에 세입자 주거비 부담 눈덩이
임대차법 시행 2년 앞두고 시장 혼선 가중

◆ 혼돈의 전월세시장 ◆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매·전월세 매물 표지판을 보면서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임대차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으며 부동산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층의 주거비용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 호황 속 '갭 투자'에 나섰던 주택들의 이른바 '깡통 전세' 뇌관도 터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세대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기 때문에 올 하반기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1월 45.56%에서 지난 5월 59.48%로 13.92%포인트 급증했다. 서울 주택만 떼어놓고 봐도 1월 48.85%이던 월세 비중이 5월에는 57.59%로 커졌다. 주택 유형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는 1~5월 누계 기준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이 올해 42.9%로 2020년 29.9%, 2021년 39.9%에 이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월세 가격도 최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월세 가격 상승 폭은 0.16%로 2019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 즉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다.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대다수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청구했고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임대차법 시행과 동시에 확 늘어난 세금 부담도 전세 품귀 현상에 한몫했다. 집주인들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금리도 월세 전환을 부채질했다. 금리가 오르자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세자금을 대출했을 때 은행에 매달 내는 금리보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 더 적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면 소득 대비 임차료가 높아져 세입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대체로 월세는 전세보다 비싸다. 임대 기간이 단기간이고 세입자의 교체가 잦은 월세의 특성상 집주인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가 없고 월세만 있는 외국의 임차료는 한국보다 비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임대료는 평균 10.0%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18.2%), 영국(21.0%), 프랑스(22.2%), 일본(18.9%), 멕시코(14.4%) 등 조사에 포함된 39개국 모두 한국보다 가처분 소득에서 임차료 비중이 높았다.

전셋값 상승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8년 8월 4억3419만원에서 2022년 5월 6억3338만원으로 1억9919만원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8월부터 계약 갱신을 이미 한 번 거친 뒤 신규 계약을 앞둔 전셋집들이 나오면 전셋값이 한 차례 더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5% 선으로 뛰어올랐고 각종 대출 규제와 전셋값 상승 등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던 전세 세입자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월세로 갈아타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최근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깡통 전세'도 임대차 시장을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한다면 역전세난이 확산될 수 있다. 아직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소형 빌라 등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통상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보는데 지방 아파트들은 이미 이 수치가 75%를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3400억여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깡통 전세 위험이 본격화된다면 전세 물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주택이 대량 공급되면 집값 안정에 더해 전세 매물이 늘어날 것이고 전세의 월세화 속도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임대 매물이 많아지면 세입자가 전세와 월세를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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