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과업' 명분 삼아..온건파 기시다 右클릭 우려 커진다

김규식 2022. 7.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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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속도내는 日
125석 새로 뽑는 이번 선거서
자민·공명 연립여당 76석 확보
개헌세력 합치면 전체 177석
발의선인 의석 3분의 2 '훌쩍'
8~9월 개각·당직개편 가능성
'GDP 2%' 방위비 증액도 탄력
전쟁 가능 국가 향해 급발진

◆ 日 자민당 참의원선거 압승 ◆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을 애도하려 도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본인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태국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아베 전 총리 사망 소식에 일정을 바꿔 일본을 찾았다. [AFP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끌고 있는 자민당이 참의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헌법 개정, 방위비 증액 등 공약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작년 10월 중의원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선거를 연달아 승리로 이끌면서 장기 집권을 위한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 사건이 보수표 결집으로 참의원선거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 자민당 내 보수 세력의 변화가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와 정치색 발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진행된 참의원선거의 결과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의 이번 선거에서 선거구·비례대표를 합쳐 참의원 정원(248석) 절반인 125석(보궐 1석 포함)의 당선자를 가렸다. 참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3년에 한 번씩 전체 의석의 절반에 대한 선거를 진행한다.

자민당의 경우 이번에 임기가 종료된 의석이 55석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보다 8석 많은 63석을 확보했다. 이달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당선 의석은 55~65석으로 예상됐는데, 예상 상한선에 육박한 것이다. 자민당은 특히 최다 득표자 1명만 당선되는 32개의 선거구 중 28곳에서 승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임기 종료 의석은 14석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1석 줄어 13석을 확보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임기 종료 의석은 23석이었는데, 이번에 당선된 숫자는 17석에 그쳤다.

여당(자민·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시킨 의석은 76석. 임기 3년이 남아 있는 기존 의석인 70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과 합치면 여당의 전체 의석은 146석으로 과반(125석)을 크게 넘겼다. 선거 전과 비교하면 여당 의석은 7석 늘었다.

이번 선거 승리의 배경에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50%대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베 전 총리의 사건이 보수표 결집과 애도·동정표 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율이 상승한 점 등이 이번 선거의 특징을 반영해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집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52.16%로 2019년 선거 때에 비해 3%포인트가량 높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투표율 상승과 관련해 "아베 전 총리 사망 사건이 발생해 민주주의의 중요성 등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참의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자민당의 공약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를 비롯한 헌법 개정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 이상 염두에 두고 증액 △적기지 반격(공력) 능력 보유 △안전이 확인된 원전 최대한 활용 등을 내세웠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말하며 헌법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민당은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 △통합선거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화 등 4가지 구상을 담은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자위대 명기 규정이 민감한 쟁점 사항이 되고 있다.

일본 헌법 96조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함으로써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 투표를 시행해 과반이 찬성해야 개헌이 성사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의 의석수는 177석으로 3분의 2(166석)를 넘었다. 중의원에서도 개헌에 긍정적인 세력이 3분의 2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개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주변국들은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우려하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8~9월에 개각과 당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가 작년 10월 중의원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선거도 승리로 이끌게 됨에 따라 장기 집권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으면 향후 3년간 큰 선거가 없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틀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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