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안정 중심 서야 할 대통령과 여당..국정불안 축 되나
국가 운영 양대 축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 앉아 국정 동력이 임기 초부터 흔들렸다. 국민의힘은 초유의 대표 징계 사태로 대혼란기에 들어섰다. 국정안정의 중심에 서야 할 집권세력이 국정불안의 축으로 변환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1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30%대를 기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에 앞서는 현상)에 이어 긍정평가 40%선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구체적 대상과 문항은 다르지만 지지율 붕괴 신호라는 추세는 뚜렷하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지난 4~8일, 전국 성인 2525명)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0%였다. 국정 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7.0%로 과반이었다. 긍정 평가와의 격차는 20%포인트다. 같은 조사에서 첫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2주전의 1.1%포인트 격차, 1주 전의 5.8%포인트 격차에서 다시 큰 폭으로 벌어졌다.
여론조사 지표를 자세히 뜯어보면 지지율 위기가 더 확연해진다. 부정 평가 중 ‘매우 잘 못하는 편’이 45.7%로 ‘잘 못하는 편’(11.3%)을 압도했다. 긍정 평가로 금방 돌아서기 어려운 층이 부정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얘기다.
부정평가는 전체 지역, 전체 연령에서 상승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끌었던 2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지지 철회가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 부정평가는 지난주 조사에 비해 20대에선 9.5%포인트, 60대에선 9.9%포인트, 70대 이상 6.7%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강원과 대구·경북(TK) 지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부정 답변이 과반을 넘었다. 강원과 TK도 부정답변이 각각 41.9%와 44.4%로 높은 편이었다.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던 부산·울산·경남(부정 52.6%)과 대전·충청·세종(부정 55.6%)도 부정 평가 우세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지지를 거두는 양상이 나타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민심의 지지를 국정운영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역대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돼 지지 기반이 약하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의 드라이브를 국정 동력 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취임 62일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최근의 여론조사 흐름을 주의깊게 살피면서도 부정평가를 윤 대통령에 대한 완전한 지지 철회로 판단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로 지지율 반등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데다, 초반 지지율이 새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고 본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을 둘러싼 잇딴 논란이 지지율에 중대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최근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까지 장관급 후보 4명이 줄줄이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해 ‘공정과 상식, 법치’라는 윤 대통령 핵심 정치철학이 훼손됐다. 스페인 순방 민간인 ‘기타 수행원’과 6촌의 대통령실 근무 논란 등도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지율 여론조사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 6촌 논란은 “선거운동 함께 한 동지”라는 대통령 발언은 논란을 불식하기보다 확산했다.
당장 타개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생과 경제,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드라이브로 국면을 전환하려 하지만 ‘지원군’이 막혀 있다. 윤 대통령과 합을 맞추며 상호 보완재가 돼야 할 집권여당은 내홍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가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지난 8일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당내 후폭풍은 본격화하고 있다. 당의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두고 이견이 분출하는 등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의원 선수별 모임과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제체로 정리가 됐지만 이 대표의 향후 대응, 경찰 수사와 맞물려 더 큰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혼란이 장기화할수록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고, 개혁 동력을 제공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집권여당 본연의 역할에선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하며 40.9%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41.8%)과의 격차는 0.9%포인트로 민주당이 오차 범위 내에서라도 국민의힘을 앞선 건 새 정부 출범 들어 처음이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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