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 길거리로 나선 대우조선해양..파업사태 해결 난항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최근 장기화하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하청지회 노조원들의 파업사태와 관련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30여 명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하청지회 불법파업 해결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사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현 불가능한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있다"며 "조선소의 핵심 생산시설인 도크를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하는 불법 파업을 한 달 넘게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대우조선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로 파업 40일째다.
특히 지난달 22일부터 하청지회 노동자 7명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건조장) 원유운반선을 점검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6명은 운반선 탱크 15m 난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1명은 운반선 탱크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을 만들어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청지회 측이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불황 시기 삭감되거나 기본급과 합쳐진 상여금을 돌려받고, 고용 불안을 개선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육상플랜트로 노동력이 빠져나가면서 심화된 인력난도 해결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측은 지속되는 적자와 부채 비율 증가, 최근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강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4천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523%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조선업계가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 회복 단계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생산 차질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며 자칫 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파업으로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으며 지난달에만 총 2천8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업이 지속될 경우, 하루 매출 감소 260억원, 고정비 손실 60억원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임직원들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수년에 걸친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 매출이 최대 3분의 1 감소했고,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여기에 원자재가 상승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 프로젝트 계약 해지 등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를 포함한 채권단 지원과 직원, 협력사 등의 희생으로 살아남았고, 이제 회생과 경영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파업이 지속될 경우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의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하청지회 해산과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협의회도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하청지회가 본격적인 불법 행위를 시작한 지난해 5개사가 폐업했고, 지난달 3개사, 이달 들어 4개사가 폐업했다"며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와 대주주의 도움으로 불황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품었지만, 하청지회 일부 조합원의 극단적인 불법파업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청지회는 협의회가 협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저들이 요구하는 집단교섭과 개별교섭을 병행하며 협상하자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하청지회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모든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교섭에 나설 의미가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정상화를 간절히 소망하기에 한시라도 빨리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겠다"며 "모든 전문가들이 조선산업은 새로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들이 길거리에서 불법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측과 하청지회의 갈등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하청지회 측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협력사가 들어줄 수 없다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55.7%)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은 자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고용했기 때문에 노사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노사 간 이슈에 중재 등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우선 초과근로(O/T), 특근 조정, 야간작업 중단 등 생산일정을 조정했다. 임원들은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간 근무시간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최악의 경우, 직장 폐쇄까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최근 수많은 난관이 있지만 선가가 좋은 LNG선을 중심으로 3년치 물량을 확보한 만큼 재도약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 기여 등의 기회가 일부 계층의 생산 중단 등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2만명 구성원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피해가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전체 조선업으로 확산돼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국가기간산업에서 벌어진 작업장 점거, 직원 폭행, 설비 파손, 작업 방해 같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주시고 법질서를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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