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멈춰선 도어스테핑.. 깊어지는 고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됐던 ‘출근길 회견(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 일시 중단됐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조치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 자체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출근길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도어스테핑이 재개되느냐에 따라 이번 중단 조치에 대한 평가 또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1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공동 취재)를 최소화하고, 대변인 브리핑은 가급적 서면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행사의 영상과 사진은 전속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방침 또한 알렸다.
대통령실은 전날 당분간 풀 취재 형식으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겠다고 알렸지만, 하루 만에 잠정 중단으로 선회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는 형식으로 도어스테핑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위험요인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다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일 만에 2만명대로 올라서는 등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방역 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대통령실 방역에 구멍이 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명분삼아 그간 부담스러웠던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도어스테핑 발언으로 인한 논란 또한 여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은 인사 논란을 묻는 말에 “전 정권 인사와 비교해보라”는 내용의 답변을 연이어 내놓으며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 당시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을 질타하고, 검사 편중 인사 관련 질문에 “과거 정권은 민변으로 도배했다”고 답한 것 등도 논란이 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8∼9일 성인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도어스테핑 논란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7.3%는 “대통령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야권은 “스스로 판 무덤이 될 수 있다”(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날선 언어로 비판했고, 여권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하락세와 도어스테핑 중단을 연관 짓는 질문에 “절대로 아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어제 (중단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대응을 잘못해서 확산됐다고 하면 저희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며 “여러 오해가 생길 가능성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고, 재개 시점은 재확산 추이를 살펴 고민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다.
도어스테핑은 그간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아왔다. 지난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한달을 맞아 ‘새로운 10가지 변화’ 중 하나로 도어스테핑을 꼽으며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여러 논란과 별개로 대통령의 직접 소통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 또한 꾸준히 이어졌다. 야권의 비판과 여권의 우려에도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의지를 지켜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도어스테핑이 멈춰선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지만 중단이 장기화할수록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발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도어스테핑 중단 기간 형식 변화 등에 대한 고민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도어스테핑을 두고 논란은 줄이면서, 보다 깊이 있는 답변이 나올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들어 추가 공지를 내고 “확진자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상황이 안정되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곧바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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