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올리고, 저축은행 내려..대출금리差 줄었네
은행, 신용대출 금리 슬쩍 인상
저축銀은 소폭 내려 격차 줄어
상호금융, 은행보다 금리 낮아져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고신용자, 2금융으로 밀린 탓
"은행, 가산금리 낮춰야" 지적도
신용점수가 906점(KCB 기준)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 비교 앱을 통해 주요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해보다가 은행과 2금융권의 금리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A은행은 연 6.78%, B저축은행은 연 9.8%의 금리를 제시했다. 한도는 저축은행(6800만원)이 은행(4460만원)보다 많았다. A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은행 대출금리는 높고 저축은행 이자율은 저렴해서 놀랐다”고 했다.
시장금리 급등과 각종 규제 여파로 1·2금융권의 주요 대출금리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금리 수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금융권에 속하는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마저 수개월째 나타나고 있다.
대출금리, 상호금융<은행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5월 기준 연 5.78%로 저축은행(연 14.70%)보다 8.92%포인트 낮았다. 2017년 7월에 은행 연 4.44%, 저축은행 연 22.44%로 격차가 18%포인트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격차가 반 토막 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2018년 연 27.9%에서 연 24%로, 작년엔 연 20%로 차례로 낮아진 게 이런 현상의 일차적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금리 급등기를 틈타 은행들이 슬금슬금 신용대출 금리를 올릴 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오히려 금리를 소폭 내린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사이 은행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5.12%에서 연 5.78%로 상승하는 동안 저축은행은 연 15.10%에서 연 14.70%로 내려갔다.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월 기준 연 4.6%로 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작년 2월부터 상호금융권 금리가 더 낮게 유지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업권별로 성장 전략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수익성은 좋지만 100% 무보증이라 리스크 관리나 대손 비용이 크다”며 “우량회사인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깎아가며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은행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금리를 소폭 인하하면서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반면 은행에 비해 주담대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공세로 경쟁도 치열해진 2금융권은 신용대출 금리를 내릴 유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도 수렴
작년 하반기 이뤄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대출절벽’에 막힌 고신용자가 대거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한 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한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수요를 조절해 자체 조달비용 상승폭보다 대출금리가 더 크게 올랐다”며 “반면 비영리협동조합인 상호금융기관은 기존처럼 조달금리에 운영비용과 적정 마진을 가산해 대출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을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대폭 높인 가산금리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자 장사’ 경고 이후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요 대출금리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대출의 80%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위주로 금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29~6.16%, 변동금리는 연 3.70~6.07%로 집계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정금리 상단이 변동금리보다 1%포인트 넘게 높았지만 점점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여전히 고정이 변동보다 높다”며 “금리 인상기에 고정금리를 내려 고정형 대출 선택 유인을 높이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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