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아이, 하루아침에 엄마 잃어" 유족이 엄벌 호소했던 50대 살해범에 1심서 무기징역

50대 남성 휘두른 흉기에 사촌형제 부부 중 아내 2명 피살
재판부 "재범 가능성 높아..사회적으로 영구히 격리해야"

사촌형제의 아내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5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사소한 시비 끝에 사촌형제 부부 두 쌍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내 2명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1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30년간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도 내렸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잔혹한 범행 수법과 높은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시비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범행은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며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공포심과 유족의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재판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도 살인 미수와 폭력 범죄 등 전력이 다수 있고 최초 범행 이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범행 강도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아 향후에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사회적으로 영구히 격리해 사회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피고인도 참회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4월13일 0시 14분쯤 천안시 서북구의 한 인도에서 2쌍의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피해 여성의 남편 중 1명과 말다툼을 벌였고, 자신의 차에 보관 중이던 흉기를 꺼내 거리에 있던 이들 부부에게 휘둘렀다. 이로 인해 30대 여성 2명이 찔려 숨지고, 남성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촌형제 지간인 이들 부부는 저녁식사 후 노래방에서 모임을 갖다 참변을 당했다. 사촌형제 중 형은 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던 아내와 재혼한 지 4년 만에 아내를 잃었다. 이들 형제에게는 각각 2, 3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자녀들은 엄마를 한순간에 잃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족들은 지난달 8일 A씨에 대한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흉기로 아내와 제수씨를 잃은 유족 B씨는 “집행이 되지는 않겠지만 사형이 선고돼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처하기를 간곡히 청한다”라고 말했다.

B씨는 “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초중생 다섯 아이가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었다. 저희를 비롯해 아이들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 현실을 맞닥뜨릴 때 겪게 될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울먹였다. 

B씨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재판 결과에 대해 “사형이 선고되기를 바랐지만, 무기징역이라도 나와 만족한다”며 “가석방 없이 감옥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유족들이 위안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사촌 동생은 휴직해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본 적 없다”며 “민사 소송 등 가해자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