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전 치료·상담 유지 비율 15%에 불과"
기사내용 요약
가천대 길병원, 인천자살예방센터 연구 결과
사망자 93%가 암시 보내지만 유족 17%만이 인식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국내 자살사망자의 87%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치료 혹은 상담을 유지했던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배미남 부센터장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강승걸 교수(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장),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1일 인천 내 자살사망자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인천에서 심리부검이 진행된 46건의 유족 면담 결과를 분석해 이뤄졌다. 심리부검은 한국-심리부검체크리스트(K-PAC)를 이용해 고인과 가족의 정신 건강 상태와 심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자살사망자의 87%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사망 전까지 치료나 상담을 유지했던 경우는 15.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자살과 정신질환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지속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살사망 전 자살을 암시하는 경고신호를 보인 사망자는 93.5%로 나타났으나, 17.4%의 유족만이 이를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이 보내는 다양한 사인을 유족이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자살 경고신호를 인식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강승걸 교수는 "근거에 기반을 둔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는 인천광역시와 함께 적극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남 부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자살 행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파악해 향후 효과적인 자살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또한 자살 고위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SCIE, SSCI에 등재돼 있는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4.6의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는 2011년부터 인천광역시의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인천광역시에서 설치했고, 가천대 길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택시, 약국, 병원, 학원 등 분야별 생명지킴이를 양성해 자살위험자를 조기 발견하고 도움기관으로 연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살 위험자, 7가지 방법으로 도울 수 있어
강 교수는 "자살위험자를 발견한다면 지체 없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자살시도 전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위험자를 도와줄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기
자살이 의심되면 위험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있어주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자살시도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순간적인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편안하게 격려
자살위험자의 생각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충분히 공감하는 자세로 들어줘야 한다. 자살에 몰입된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이 환기되도록 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기
위험성 판단을 위해 ‘자살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니?’ 같이 생각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상황과 분리시키기
자살위험자가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있지 못하게 하고, 주변에 자살에 사용할 만한 물건도 있지 않게 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상담기관의 도움 받기
자살의 위험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자살예방 전문가를 만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위급 시 도움받기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112나 119, 24시간 자살위기상담 전화 1393, 1577-019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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